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의제 제한이 없다면서도 내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불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가 의대 교육과정을 6년제에서 최대 5년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대해서는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교육의 질을 담보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위원장의 내년 의대 정원은 논의가 가능한지 묻는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같다고 발언한 취지에 대해 “논의 과제, 주제에는 제한이 없고 협의체에서 내년 의대 정원이 의제가 된다면 정부 입장을 소상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입시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어렵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정부는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입장이) 불변인 건가”라고 다시 묻자 조 장관은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 장관은 “교육과정 단축에 따라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질 낮은 의사가 배출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며 교육 기간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며 의대 교육과정을 총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교육과정 1년 단축이 괜찮으냐는 질문에는 “일 중요한 것은 의료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만일 질을 담보하는데 시간 단축도 가능하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는 의사 단체가 참여하지 않아도 “출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18일까지로 예정된 위원 추천 절차에 불응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아직 시간이 있고 그 사이 여야의정협의체가 가동될 수도 있고, 최대한 참여하도록 시간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선은 간호인력 추계부터 하고, (의사들은) 계속해서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추계위원회에서 나온 결과를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잘 협의한 결과를 엎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상황은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공백 사태 수습에 투입됐거나 쓰일 예정인 건보 재정은 2조3448억원이다.
조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수습하느라 2조3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는데도 의료공백이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장종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건강보험 재정을 아껴 쓰기는 하겠지만, 비상진료 사태에서는 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들의 수가를 올려주는 게 양질 서비스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사퇴 요구에 자신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책임진다는 자세로서 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할 필요성을 묻는 말에는 즉답을 피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여러 차례 묻자 조 장관은 “대통령께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짧게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