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경쟁과 블록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12대 국가전략기술인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합성생물학, 그 중에서도 바이오파운드리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일부터 닷새 동안 대전에서 20여개국, 190여 명의 전문가와 바이오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글로벌 합성생물학 협력 주간’을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 정보가 코딩된 DNA를 레고블록처럼 조합해 원하는 미생물 등을 만드는 분야다. 플라스틱 분해 미생물, 석유 대체 바이오화학,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이미 실험실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이뤄져 있다.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연구실은 한우의 반추위에서 맨하이미아균을 분리해 플라스틱 원료인 숙신산 균주와의 공정을 선보였고 나일론 원료인 아미노발레르산을 만드는 미생물도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사료·음식 첨가물용 발린, 가솔린과 에탄올의 단점을 극복한 바이오부탄올, 눈 건강에 필수인 루테인을 각각 생산하는 미생물을 개발한 것도 두드러진 성과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안보 등 핵심 돌파형 기술로 인공지능(AI)과 함께 합성생물학을 꼽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설계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개념을 합성생물학에 적용한 것이다. 합성생물학을 표준화·고속화·자동화해 실험과 제조 공정 개발을 지원하는 첨단 분야로 합성생물학에 AI·빅데이터 등을 융합해 연구 속도의 획기적 향상과 대량생산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개발(R&D)·임상·생산 등을 주문받는 위탁개발생산(CDMO)과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올 3월 통과된 바이오파운드리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정부의 투자 계획이 5년간 1263억 원으로 2021년 처음 계획보다 6분의 1 규모로 감소했다. R&D 비중이 줄고 장비 국산화 계획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비, 경제성장, 안보 강화 등과 직결된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에서 퍼스트무버로 나서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예산의 제약을 뛰어넘으려면 산학연정(産學硏政)이 원팀이 돼 칸막이를 허물고 합심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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