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자 분쟁 1주년을 맞아 전쟁 종식을 외치는 세계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퍼졌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감도 여느 때보다 높다. 이스라엘이 대(對)이란 보복 공습 의사를 재차 강조하면서 확전을 꾀하고 있는 데다 이란도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비한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추모 행사마저 빛바랠 정도로 전운이 고조된 가운데 장기 전략도 없이 맹목적으로 전쟁을 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지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텔아비브 야르콘 공원에서는 희생된 인질 유족의 주최로 가자전쟁 1주년 기념식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2000명가량의 유족과 억류 인질 가족들이 모였다. 당초 이번 기념식은 사전 티켓 판매를 통해 4만 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공격을 우려한 이스라엘군(IDF)의 통제로 참석 인원이 제한됐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도 가자지구 인근에서 별도 추모식을 진행했다. 미리 레게브 이스라엘 교통부 장관은 1년 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일어났던 가자지구 인근 소도시를 배경으로 추모식을 녹화한 뒤 유족들의 기념식이 끝난 시간 방송을 통해 전파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정부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유족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유족들은 정부가 가자전쟁을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인질 석방과 확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물어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ToI와 예루살렘 히브리대가 가자전쟁 1년을 맞아 이스라엘 국민 25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3%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이 ‘즉각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유족들을 넘어 세계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가자 1주년을 하루 앞둔 6일 영국 런던에서는 4만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 및 중동 전역에서의 유혈 사태를 종식시킬 것을 촉구했고 미국에서는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군사적 지원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전략 부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스라엘이 현재로서는 승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승리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며 이해 갈등 종식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계기로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레바논 국경을 찾은 자리에서 장병들에게 IDF가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다”며 “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함께 싸울 것이며 함께 이길 것”이라고 말해 전쟁 강행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가자 1주년 전야인 6일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향한 맹공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 당국은 이날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93명 다쳤다고 전했고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날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 직후 레바논에 머물던 이란의 쿠드스군 사령관 에스마일 카아니의 소식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동부 도시 하이파 남쪽 군사 기지를 겨냥해 ‘파디-1’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가 발사한 미사일이 방공망을 뚫고 건물을 타격하면서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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