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중순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출시를 앞두고 비만환자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비만치료제가 15% 가까운 체중 감량 효과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7일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 주사제에 대해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허기를 지연시키고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달 국내에 선보이는 위고비가 대표적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경쟁 제품인 일라이릴리 ‘마운자로’도 같은 계열이다.
비만치료 주사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다.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자 고혈압·이상혈당증·이상지질혈증 등 체중과 관련된 동반질환 중 1개 이상을 앓고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 처방 가능하다.
식약처는 제대로 된 처방 없이 온라인에서 개인끼리 판매·유통하는 등 무분별하게 퍼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사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며,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임상시험 당시 68주간 고용량으로 투약한 이들이 평균 15%에 이르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는 동시에 적잖은 부작용도 보고됐다.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구토·설사·변비·담석증·모발손실·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또한 “탈수로 인한 신장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 합병증인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고비를 투약한 환자들이 자살·자해 충동에 시달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8월에는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위고비 성분이 다른 비만치료제보다 더 높은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실리기도 했다. 제약사 측은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비만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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