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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씬]"개미, 6600만년 전 농사 시작…인간보다 빨랐다"

■美 연구팀 사이언스에 게재

"대멸종 동식물 잔해서 곰팡이 먹이로 이용"

4000만 년 전 곰팡이 완전 의존 시켜 농사

파나마에서 채집된 잎꾼개미(Atta cephalotes) 군집에서 일개미와 여왕개미(오른쪽 윗부분)가 나뭇잎을 이용해 먹이용 곰팡이를 기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개미가 식량용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차 대멸종시기라고 불리는 ‘칙술루브(Chicxulub)’소행성이 지구에 출동해 공룡 등의 생명체가 대량 멸종한 시점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개미 큐레이터인 테드 슐츠 박사팀은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곰팡이와 개미 수백 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 개미가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를 정확히 파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슐츠 박사는 소행성 충돌은 전 세계 동식물의 대멸종을 초래했지만, 그로 인한 햇빛이 차단되면서 곰팡이가 번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곰팡이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미가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 직후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겨우 1만 2000년 전. 인간보다 지구에서 농사를 시작한 게 개미였던 셈이다. 연구를 이끈 테드 슐츠 연구원은 “운석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태양이 가려지면서 많은 식물들이 멸종했다”며 “식물의 잔해를 분해하는 곰팡이들이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고, 이때부터 개미들이 곰팡이를 체계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미와 곰팡이의 공생관계는 4000만 년 간 진화를 거듭해 기후가 급격히 냉각된 2700만 년 전에는 남아메리카 곳곳에 생겨난 사바나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 현재 잎꾼개미가 재배하는 것처럼 생존을 개미에게 의존하는 곰팡이까지 등장했다. 당시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말라붙어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당시 환경 변화에 맞춰 개미가 곰팡이를 습한 열대우림에서 건조한 서식지로 옮기며 재배를 이어갔다”며 “곰팡이는 이전 조상들로부터 고립돼 개미들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고, 지금의 고등 농업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라 덧붙였다.

슐츠 박사는 "개미는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1만 2000년 전보다 수천 만 년 더 일찍 인간이 농작물을 길들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곰팡이들을 길들였다"며 "6600만 년 동안 이어진 개미의 농업적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Science, Ted R. Schultz et al., 'The coevolution of fungus-ant agricultur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n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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