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이 무리지어 달리는 ‘러닝크루’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다수 지자체가 러닝크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 내 체육시설을 무단 이용했다가 적발당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러닝크루가 대중과 공존하기 위해선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8일 서울과기대에 따르면 대학은 지난달 대관 신청을 하지 않고 교내 육상 트랙을 무단으로 이용한 러닝크루와 유료 달리기 강습 관계자들을 적발해 계도를 진행했다. 결국 학교 트랙에서 정기적으로 강습을 열어왔던 업체들은 더 이상 교내에서 수업을 진행하지 않게 됐다.
서울과기대 관계자는 “30~40명에 달하는 외부 러닝크루가 대관 허가를 받지 않고 왔다가 같은 시간대에 트랙을 이용 중이던 교내 러닝크루와 마찰을 빚는 일이 있었다”며 “무허가 단체 이용에 대해선 앞으로도 단속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도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 1일부터 반포종합운동장 트랙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고 사람들 간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칙을 시행했다. 송파구도 올해 초부터 석촌호수에서 3인 이상 달리기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민원 발생 시 현장에서 계도를 실시하고 있다. 성북구 역시 성북천에 우측보행 및 한줄달리기 지침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했다.
러닝크루는 한강공원과 종합운동장 등 생활체육 목적의 공간 뿐만 아니라 ‘시티런(도심 달리기)’ 명목으로 마포구 경의선숲길, 경복궁 광화문 등에도 자주 출몰한다. 길이 좁고 인파가 많은 산책로를 점유하는 것에 대해 다수 시민들은 불편을 토로한다. 최근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다가 러닝크루를 마주쳤다는 직장인 이 모(27) 씨는 “가뜩이나 인파가 몰려 있는데 좁은 길을 파고 들어 무리지어 달리니 곱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러닝크루 열풍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에티켓은 갖추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강덕모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사실 시민에 대한 배려 부족은 달리기 뿐만 아니라 자전거 등 대부분의 우리나라 생활체육 동호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며 “단순히 일부 지자체에서 ‘민폐 크루’를 단속하는 것을 넘어 초중고 과정에서부터 성숙한 운동 문화가 무엇인지 교육하고 전국적으로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일부 크루들은 내부 자정에 나섰다. 서울 강서구 기반 러닝크루 ‘안양천 홍두깨’는 △4인 이하 달리기 △한줄달리기 △큰소리 외치지 않기 등을 당부하는 자체 러닝 가이드북을 제작해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이 모임의 운영진 이창훈(31) 씨는 “러닝 크루라면 으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에티켓 5가지를 명문화했다”며 “함께 달리기의 이점도 크지만 보행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