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중동 전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조 바이든 정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특정 시설을 공격하지 않으면 외교·군사 패키지 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을 이스라엘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연일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7일(현지 시간)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특정 목표물을 타격하지 않는 대가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에 “목표물 A·B·C를 타격하지 않으면 외교적 보호와 무기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물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유·핵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해당 시설에 대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에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에서 영향력 한계에 직면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1년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해 애썼지만 전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단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올 8월 21일 이후 약 7주째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NYT는 꼬집었다.
당장 발등의 급한 불을 꺼야 하는 해리스는 연일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방영된 미국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어떻게 그것을 (실행)하느냐도 중요하다”며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었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대계와 함께 아랍계 민심 모두를 고려한 것이다.
다만 이란을 겨냥해서는 미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하며 “이란의 손에는 미국인의 피가 묻어 있다”고 직격했다. 또 “이란이 결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우리는 분명히 해야 하며, 이는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의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렸다. 트럼프는 이날 보수 성향의 라디오 ‘휴 휴잇 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1년 전 기습 공격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란은 187개의 미사일로 그들(이스라엘)을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은 공격할 자격이 있고 공격해도 누구나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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