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아니지만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좋아”
일상생활에서 자주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들여다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부동산 검색 중독'일 수도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각) BBC는 국내의 '직방' 같은 플랫폼과 유사한 종합 부동산 정보 포털인 '라이트무브'에 중독된 영국인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하루 수십번 이상 라이트무브를 확인한다는 30대 여성 케이티 스미스는 "지금 당장 집을 옮길 생각은 없다"면서도 "라이트무브는 제게 있어선 포르노와 같다"고 고백했다. 주택의 실거래가와 실내 사진을 보고 다른 집과 비교하는 데 엄청난 중독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최근 스미스의 취미는 자기 마음에 든 부동산의 실제 위치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가격과 상관없이 매물로 나온 집을 맨눈으로 보고 근처 주택도 확인하며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에도 라이트무브를 비롯한 다양한 부동산 플랫폼이 있으며, 이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미를 대표하는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최근 라이트무브를 무려 62억파운드(약 10조 9200억원)에 인수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라이트무브 경영진이 인수가를 '너무 저렴'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 플랫폼 산업에 대한 열기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부동산 플랫폼 중독자'인 샘 케네디는 미래에 옮길 집을 미리 찾아보는 게 취미라고 한다. 그는 BBC에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먼저 살지 상상해 보는 걸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매일 밤 자녀들이 잠든 뒤 수십 분 간 부동산 플랫폼을 검색하는 게 '취미'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샘은 "저는 특히 (주택의) 평면도를 보는 걸 좋아한다"라며 "평면도는 집의 실제 용적을 확인하기에 좋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이 부동산 플랫폼에 중독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은 부동산 실거래가 검색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 과학 분석 연구기관인 오렌지그로브의 대표 루이자 던바는 매체에 "매력적인 집을 구매한 자기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작동한다"라며 "실제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며, 정신적으로 더 윤택해지는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특히 행복과 관련된 감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 하이라이트, 고화질 이미지 등 여러 기능을 통해 지속해서 인간의 관심을 끌도록 디자인됐다. 던바 대표는 "예를 들어 매물에 '방금 추가됨' 같은 용어로 스티커가 붙으면 인간의 경쟁심이나 불안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라며 "우리를 부추겨 더욱 집중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