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남한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단절하고 군사분계선(MDL) 인근을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적대적 2국가론을 발표한 뒤 올 초부터 실시해온 남북간 물리적 단절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보도문에서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9시45분 미군 측에 전화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북한군은 이번 조처가 남한 지역에서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한국군의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윤석열 대통령 등의 “북한 정권 종말” 발언도 거론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북한은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심고 철도를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지금까지 별다른 발표 없이 작업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발표는 그간 해온 단절조치를 공식화한 절차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편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노동 연령과 선거 연령을 수정한 내용을 개헌이 채택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지시한 통일 조항 삭제 등 적대적 2국가론 관련 내용은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새 헌법에 반영했으나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2국가론 반영 자체를 미뤘을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고 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적대적 2국가론의 법제화가 불러올 파장을 신중히 검토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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