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 부조리를 겪거나 보면서 가슴속에 담아뒀던 생각과 느낌을 허구의 이야기로 승화시켰습니다. 소설 창작은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이었는데 이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 전문가)인 표창원(사진) 작가는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출간했는데 내 몸으로 산고를 거쳐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이라며 “58년간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 가졌던 꿈, 고통과 아픔, 실수와 잘못, 그에 따른 부끄러움과 아쉬움 그리고 ‘더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로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와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대표와 한림대 융합과학수사학과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소설책을 펴내면서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소설 ‘카스트라토’는 연말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수 이경도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올 때 비명이 들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표 작가는 “현장에서는 남성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고 이후 유사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데 경찰은 범인에 대해 어떠한 것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주인공 이맥과 경찰청 특수수사 조직인 이상범죄분석팀(ACAT)의 프로파일링으로 조금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던 중 의외의 충격적인 일들과 갈등, 사연들이 밝혀지면서 예상하지 못할 결말로 치닫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표 작가가 1991년 부천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할 당시 맡았던 고3 여학생 성폭행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제가 직접 검거해 수사한 당시 성폭행범은 부모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피해자로부터 합의서를 받아냈고 피식 웃으며 경찰서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사적으로라도 벌을 주고 싶은 악인이었죠. 낮에는 경찰, 밤에는 일지매가 되고 싶다는 공상이 소설로 옮겨졌습니다.”
‘카스트라토’ 집필에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아주 오래전 스토리 구상을 끝냈고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역할 및 말 한마디부터 사건·수사·상황 등 모든 것을 창작해낸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작업이었다”며 “특히 소설의 주인공도, 집필하는 나도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이기 때문에 너무 전문적이거나 사실적이지 않도록 소설적 허구와 극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표 작가는 후속작 집필에도 이미 착수했다. ‘카스트라토’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간 관계·갈등·비밀·사연들을 범죄 사건과 함께 풀어가면서 다양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프로파일링 소설을 시리즈로 써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영상을 통해 ‘한국형 프로파일러’ 시리즈를 세계에 선보이는 야심 찬 목표도 갖고 있다.
그는 “‘카스트라토’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필름&콘텐츠 마켓’ 출품작 29편 중 하나로 선정됐는데 영상화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될 수 있다”면서 “영상화를 통해 셜록 홈즈, 형사 콜롬보처럼 ‘한국 프로파일러 이맥’ 시리즈를 널리 오래 알리고 싶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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