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뇌물수수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체육산업개발(한체산) 하 모 노조위원장이 일부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 수사도 노조위원장 주변 인물들로 확대된 가운데 특혜 제공과 관련한 한체산 감사도 최근 마무리 돼 내부적으로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하 위원장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일부 공연기획사에 규정을 넘어서는 추가의 차량 출입증 발급을 지시했다.
하 위원장의 부당 지시로 발급한 차량 출입증 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스터트롯TOP6 콘서트’ 49매 △‘미스터트롯TOP6 전국투어 콘서트’ 20매 △'싱어게인TOP3 콘서트' 19매 △'리슨어게인 페스티벌' 77매다.
문제는 하 위원장이 대관·차량등록 등 업무와 일체의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규정 밖의 부당행위를 담당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점이다.
한체산 관계자 A 씨는 “(노조위원장이)규정상 무료로 차량을 등록할 수 있는 차량이 아님에도 사우회 사업 관련 차량이라고 둘러대며 공연기획사 차량들을 무료 등록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규정을 위반한 행동이지만 대표노조 위원장의 지시를 거부할 경우 이후 일어날 일들이 두려워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체산은 ‘올림픽시설물대관운영시행세칙’에 따라 공연 대관 업체에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시행세칙 제3장 제7조에서는 ‘대관행사 임시 차량 출입증 발급 매수는 별표3에 따른 대관금액별 발급 수량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5000~9000만 원 미만의 예상대관료에 대해 최대 70매, 9000만 원 이상에 대해 최대 100매까지 행사차량 출입증을 발급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하 위원장이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 두 차례의 미스터트롯 콘서트와 리슨어게인 페스티벌의 경우 모두 예상대관료가 수 억에 달해 각각 최대 100매의 차량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싱어게인TOP3 콘서트는 예상대관료에 따라 최대 70매의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확인된 네 차례의 공연에서만 총 165대의 추가 출입증이 발급된 것이다. 총 추가 발급 매수를 올림픽공원 1일 최대 주차비(대형차량 기준)인 2만 4000원에 곱했을 때 나오는 396만 원의 주차비용이 규정 위반으로 부당 제공된 셈이다.
하 위원장은 구두·메일·카카오톡 메신저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주차 등록 담당 직원에게 공연기획사 차량 번호를 전달하며 추가 등록을 지시했다. 지시에 앞서 하 위원장은 기획사들과 소통하며 추가 등록이 필요한 차량 정보를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공연기획사 관계자와 하 위원장의 메일 내용에는 ‘추가 주차차량 정리해 보내드린다’ ‘19대다. 잘 부탁드린다’ ‘티켓 필요하면 말씀해달라’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하 위원장은 이 같은 메일을 그대로 담당자에게 전달해 차량 등록을 지시했다. 확인된 네 차례의 특혜 제공 이외에도 직원들이 하 위원장으로부터 수 년 동안 이 같은 지시를 받아왔다는 것이 담당 부서를 거친 한체산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체산 측은 올해 6월 하 위원장의 이 같은 비위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를 접수했고 관련 감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하 위원장은 이미 뇌물수수와 관련한 비위 사실로 징계에 처해진 전력이 있어 가중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뇌물 수수 등 혐의와 관련해 다수의 고소를 접수하고 위원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산업개발 본사와 위원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치용 전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체산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산하 기관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및 서울·분당·일산 올림픽스포츠센터 등 올림픽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미스터트롯 콘서트 등 대형 공연도 한체산이 관리하는 KSPO돔 등 시설을 대관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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