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을 대신 지급하고 사후에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대지급금’ 부정수급액이 1년새 7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징수액을 포함한 반환명령액은 100억 원에 달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지급금 부정수급 반환 명령액은 101억 6200만 원으로 전년(10억 7600만 원) 대비 9.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수급 금액은 30억 6500만 원으로 전년(4억 4300만 원)보다 6.9배 늘었다.
대지급금은 기업의 도산 등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생계 보장을 위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사후에 사업주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하는 제도다. 기업 도산 여부와 무관하게 청구할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법원 확정판결을 받아야 했지만, 2021년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체불 확인서를 받은 경우에도 수급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달리 노사가 공모해 체불 사실을 속이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 조사 결과 적발된 부정수급 사업장 수는 2022년 17개소에서 2023년 59개소로 3.5배 늘었고, 부정수급 근로자 수는 같은 기간 90명에서 539명으로 6.9배 증가했다.
지급된 금액에 비해 회수율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대지급금으로 지급된 2조 8099억 원 중 회수된 금액은 6863억 원에 불과해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2조를 훌쩍 넘긴다. 같은 기간 회수율은 24.4%에 그쳐 사업주의 변제금 등으로 조성되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대지급금 부정수급 행위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대지급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노동약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정말 필요한 노동약자들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신속한 구제와 함께 임금체불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