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인구 감소라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구조 변화와 달리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만은 인구와 기업·일자리가 몰리는 기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교육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은 서울 인구가 900만 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인구 증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1980년 ‘강남 8학군’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강남 빅뱅이 이뤄진 후 40여 년이 흘렀지만 재건축·재개발 붐을 타고 ‘제2의 강남 집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는 강남 쏠림은 과거 인구 확장기와 달리 인구 축소기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남·북 균형발전에 대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61만 8450명으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증가했다. 강남 3구의 인구는 2019년 165만 명대에서 2022년 159만 명대로 주저앉았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 가운데서도 강남과 서초 인구가 최근 2~3년 새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2016년 서울의 총인구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930만 명대까지 추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업성이 높은 강남 3구의 주거정비사업이 다른 지역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강남 3구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입주 물량은 총 3만 1239가구로 서울 전체(11만 7365가구)의 약 30%를 차지했다. 강동구를 포함한 이른바 ‘강남 4구’까지 확대하면 서울 전체의 45%에 달한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강남권이 다른 곳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좋은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많고, 이는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거·교육 인프라가 몰리면서 서울의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 문화예술 분야 사업체의 3분의 1은 강남 3구에 쏠려 있다. 앞으로 메이플자이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의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되고 서초와 강남 등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제2의 강남 집중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강남 3구의 집중화를 통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강북은 물론 지방 거점도시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강남 집중은 강남·북 격차는 물론 서울과 지방 간 격차 확대를 불러와 우리나라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서울 강북과의 균형 발전과 함께 주요 지방도시에 재정적 독립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제2의 도시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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