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급등세가 꺾인 증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95조 원 규모의 증시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놓은 유동성 공급책과 유사한 통화정책을 마련했만 한풀 꺾인 투자심리가 반짝 반등하는 데 그치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10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일종의 증권 안정화 기금인 ‘증권 펀드 보험사 스와프 창구(SFISF)’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적격 증권사와 펀드·보험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초기 운용 규모는 5000억 위안(약 95조 원)이며 상황에 따라 규모는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를 통해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편입 주식과 기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인민은행의 국채·어음 등 미국 국채와 같은 우량 유동성 자산과 교환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부터 자격을 갖춘 증권사와 펀드·보험사로부터 관련 신청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스와프 약정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으며 만기 이후에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이 자본시장을 돕기 위해 만든 첫 통화정책 도구라고 평가했다. 인민은행 산하기구 중국금융시장기관투자자협회(NAFMII)의 우중 부회장은 “SFISF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도입한 기간증권대출기구(TSLF)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TSLF는 당시 얼어붙은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경매 방식을 통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주요 딜러들에게 국채를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전 중국 증시는 전날 폭락장을 딛고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강력한 주가 부양 효과는 내지 못한 채 증시별로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의 향방은 추가 대책 발표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12일 재정정책 관련 기자회견이 예상돼 있으나 시장에서는 24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계기로 특별 국채 발행 등이 발표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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