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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상용차 인수…인도 ‘타타그룹’ 라탄 타타 명예회장 별세

창업자 증손자로 50대에 회장 취임

英 코러스·재규어 등 글로벌기업 인수

대우상용차도 성사 "韓서 많이 배울것"

160만원 車 생산, 사회적 책임 강조

모디 총리 "선견지명 있는 리더"애도

라탄 타타 타타그룹 명예회장이 2004년 대우상용차 인수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우리나라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인도 굴지 재벌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9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타타그룹은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타타그룹뿐 아니라 인도의 근간을 형성하는 데 헤아릴 수 없는 공헌을 한 비범한 지도자 라탄 타타에게 작별을 고하게 돼 상실감과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타타그룹은 자동차·철강·호텔·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도 최고 기업 중 하나다. 약 100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35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고인은 1937년 뭄바이에서 타타그룹 창업자의 증손자로 태어났다. 이후 17세의 나이로 미국 코넬대에 진학해 7년 만에 건축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1960년대 초 인도로 돌아가 철강 회사 타타스틸 공장에서 운영 관리 업무를 시작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1년 삼촌의 뒤를 이어 타타그룹 지주회사인 타타선스 회장에 취임했다. 고인은 재임 기간 과감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여럿 성사시켰다. 그룹 성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면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타타그룹은 2000년 홍차 등을 만드는 세계적 회사인 영국 테틀리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영국 철강 회사인 코러스를 130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당시 인도 기업이 단행했던 최대 규모 M&A였다. 고인은 해외 자동차 기업 인수에도 적극 나섰다. 타타자동차는 2008년 포드자동차로부터 영국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 달러(약 3조1000억 원)에 인수했다.

2004년에는 한국 대우자동차에서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타타대우상용차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타타 명예회장은 당시 우리나라를 찾아 “대우상용차 인수는 인도 회사가 한국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면서 “향후 타타그룹의 한국 내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아울러 한국의 경제적 성공 모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대우상용차는 중소형 트럭 차종이 없고 타타자동차는 대형 트럭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선보인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 ‘나노’의 탄생 비화가 대표적이다. 고인은 비 오는 저녁 서너 명의 가족이 한 스쿠터에 같이 타고 자동차들 사이를 위태롭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2004년 가격이 10만 루피(약 160만 원)에 불과한 소형차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나노를 출시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자동차를 만들기로 결심한 4년 전과 비교해 철판이나 타이어 등 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가격은 10만 루피다. 왜냐면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노는 10년 만에 생산이 중단됐지만 고인이 2022년 나노를 몰고 다니는 영상이 공개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인은 타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뒤 2012년 퇴임했다. 본인 스스로 정립한 75세 은퇴 원칙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후임인 사이러스 미스트리 전 회장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극적인 경영을 펼치자 2016년 그를 축출하고 몇 달간 임시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고인은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다. 그의 별세 소식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X(옛 트위터)에 “선견지명이 있는 비즈니스 리더이자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은 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애도했다.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그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의 비전은 영감을 줬다”며 “그는 인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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