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과 그 산하기관이 대표적인 우리 문화유산인 환구단을 훼손하며 지어진 건물에서 문화유산 관련 행사를 개최한 것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이날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유산 관련 주요 두 행사가 환구단 훼손 논란이 있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진행되고 모두 1600만여 원의 임대료가 지급됐다”며 “가격이 맞고 교통이 좋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헌 의원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올해 5월 16일 국가유산청 출범식을 하루 앞두고 대한민국의 달라지는 국가유산 체계의 변화와 의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가유산 체제 전환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800만원이 지급됐다.
이어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7월 19일 국외문화유산의 환수 및 보존에 앞장선 기관과 기부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2024년 국외문화유산 후원자의 날’ 행사를 88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개최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두 행사 모두 참석했다.
환구단은 1897년 고종 황제의 즉위식이 거행되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역사적인 장소다. 하지만 일제의 통치기구였던 조선총독부가 1913년 ‘조선경성철도호텔’을 일부러 환구단 터에 지으면서 앞쪽의 원단은 아예 철거되어 없어지고 이후 토지분할과 매각, 도심 개발 과정 속에 현재와 같이 황궁우와 석고단만 남게 되었다. 조선경성철도호텔이 해방 후 리모델링돼 지금까지 남은 것이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이다.
이기헌 의원은 “환구단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그 의의를 기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국가유산청과 그 산하기관이 어떤 사유에서든 일제에 의해 문화유산이 훼손된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보존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인 만큼 향후 행사 개최 시 장소의 역사성까지 신중히 고려해 논란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응천 청장은 “그것까지 세밀하게 판단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했고 국외재단 김정희 이사장은 “다음에는 많이 고려해서 장소 선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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