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원을 운영하며 안마사로 일하던 한 시각장애인이 지자체가 '부정수급'이라며 현금 2억 원을 뱉어내라고 경고하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시각장애 안마사 장성일 씨가 자신의 안마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개된 안마원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좁은 가게 안, 뒷짐을 진 채 걷고 또 걷다가 가게 문을 잠그고 탕비실로 들어가는 장 씨의 모습이 담겼다. 장 씨는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열심히 살았는데 범죄자가 됐다", "너무 허무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가 숨지기 3주 전, 의정부시는 장 씨에게 2억 원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는 장 씨가 식사와 빨래 등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에게 결제 등 안마원 일을 부탁한 게 '불법'이라고 본 것이다. CCTV에는 장 씨가 스스로 카드 결제기를 사용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기계 코앞으로 얼굴을 가져다 대고 헤매는 모습이 남아있기도 했다.
충격을 받은 장 씨의 누나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랬어요. '왜? 도대체 왜, 갑자기 뭐 때문에?'라고. 눈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한테 생업을 하면서 입력이라든가 계산 이런 걸 도움을 받을 수 있잖나"라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은 장씨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한 시각장애 안마사는 활동지원사에게 "안마대에 머리카락 봐달라, 화장품 묻었는지 봐달라"고 물었다가 위법이라며 지난 3월 5000만원 환수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영세 장애인 업주를 돕는 '업무지원인'이 생겼지만 아직은 시범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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