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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친절의 힘 ‘와일드 로봇’

로즈가 키운 브라이트빌이 철새 떼와 함께 날아오르는 장면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날개의 몫을 대신한 마음까지 힘껏 펼치게 한다. 사진제공=DreamWorks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사랑한다는 말의 중요성에 관한 서사시적 모험이다. 우연한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로봇 ‘로즈’(로줌 유닛 7134의 애칭)의 여정을 따라간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섬의 야생동물들과 예상치 못한 관계를 맺으며 사고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새끼 거위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된다. 로즈에게 입력돼 있지 않은 새로운 역할과 관계에 낯선 감정을 마주하며, 겨울이 오기 전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을 위해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이주를 위한 생존 기술도 가르친다. 역경 속에서 친절의 중요성과 가치, 적응에 필요한 회복력,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보여주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다.

‘와일드 로봇’은 피터 브라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리로와 스티치’의 크리에이터인 크리스 샌더스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제프 헤르만이 제작했다.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동물 행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원작자는 동물의 본능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동물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일련의 행동을 두고 ‘로봇적’이라며 자연과 기술 사이의 담론을 제기해 문학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딸의 학교 과제를 통해 원작을 접했는데 소설의 깊이와 뉘앙스에 매료되어 곧바로 이 이야기의 영화적 잠재력을 상상했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감정의 깊이가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모험 이야기도 좋지만 진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조용하고 친밀한 순간이다. 영화 제작자로서 우선시하는 요소인데 ‘와일드 로봇’이 이를 아름답게 잘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와일드 로봇’은 외로움, 두려움, 미지의 스릴을 경험하며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용감성을 찾는다. 어떤 형태로든 집과 가족을 찾는 ‘생존’의 의미에 대한 정서적 지형도 탐구한다. 샌더스 감독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말하지 않지만 강력한 주제 중 하나는 입양과 입양 가족이라는 개념”이라며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생물학적 부모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름답게 묘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어린 새끼 거위를 돌보면서 처음의 거부감에서 궁극적인 수용에 이르기까지 모성과 씨름하는 로즈의 여정은 깊은 울림을 주고, 새끼 거위와의 진화하는 관계는 부모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처음 본 상대를 어미로 생각하는 거위 새끼를 키우게 된 휴머노이드 로즈가 프로그래밍된 자신을 뛰어넘어 와일드 로봇이 된다. 사진제공=DreamWorks




새끼 거위가 부화한 후 ‘휴머노이드’ 로즈의 변화는 새로운 친절을 감지하는 순간 시작된다. 제작진은 피터 브라운과 처음 논의할 때 ‘친절은 생존 기술’이라는 생각에 초점을 맞췄다. 샌더스 감독은 “친절의 힘을 마음에 새겨서 내러티브에 담았다. 책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로즈의 친절한 행동은 영화의 기본 원칙이 되었고 이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가 수용하는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이야기에서 가슴 아픈 부분은 새끼 거위를 키우는 데 내재된 비통함인데, 이는 로즈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현실이다. 그녀의 임무 수행 완료는 결국 몸집이 유난히 작은 거위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며 감정적으로도 그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 인생의 도전은 그녀의 회복력을 시험하게 하지만 그녀는 역경을 헤쳐나가고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에 감동을 경험케 하는 ‘로즈’의 목소리는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블랙 팬서’ 시리즈의 루피타 뇽오가 연기했다. 기계적인 느낌이 아닌 목소리로만으로 변화무쌍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샌더스 감독은 루피타 뇽오 목소리의 따뜻함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했고 루피타 뇽오는 로즈의 변화를 묘사하는 동시에 더 닮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을 적용했다고 한다. 알렉사와 시리의 자동화된 음성, 그리고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음성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루피타 뇽오는 “기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유사점은 ‘낙관적인 밝음’이었다. 많은 시행 착오 끝에 여러 버전을 만들어 프로그램화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부모와 어린 시절의 역동성, 가정의 본질,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로그램된 경계를 넘어 성장하는 법을 배우면서 삶을 함께 엮어가는 일상의 마법을 되새기게 한다. 마치 잘 살아온 인생처럼 비극, 기쁨, 실패한 계획, 우연한 승리를 모두 포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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