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러시아가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이 국제 평화의 질서를 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했다고 밝혔다. EAS는 인태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최고위급 전략 포럼으로 한미일,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18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 제의를 거부한 채 핵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핵으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태 지역 전체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8·15 통일 독트린’ 등 정부의 안보 전략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북한과 밀월 관계인 러시아를 직격하는 발언 또한 나왔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 시키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연대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그램을 확대해가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북한의 무기 지원을 지적하며 북한이 무기 거래의 대가로 받은 자금으로 핵 개발을 지속해 동북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행태에 대해 비판하며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를 함께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상대국 면전에서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은 우리의 외교 원칙을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EAS에서도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역내 정세 및 현안에 대한 의견 역시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는 중국이 민감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떤 방식·수단을 사용해서든 무리하게 현상 변경을 일방적으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중국을 포함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분쟁 해소를 위한 23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한 계획도 전했다. 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열고 호주가 추진하는 호위함 획득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의지를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EAS 일정을 끝으로 5박6일간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귀국했다. 공항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김홍균 외교부 1차관,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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