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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휩쓰는 韓작가…이젠 국제문학상 '단골' 수상

■ 한국문학의 '세계 도전史'

한강, 맨부커상 수상 터닝포인트

황석영 등 최종후보 오르며 저력

김주혜 '러시아 최고문학상' 받아

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책마당 행사장에서 외국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책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벨문학상에 한국 문학이 굉장히 근접해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이문열은 2014년 10월 15일 인천에서 진행된 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문열이 예언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실이 됐다.

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주류로 올라선 것이 확실히 증명됐지만 그 징조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이미 영국의 맨부커상(2016)을 수상했고 또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2018)에 오른 것을 비롯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2023)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2024)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의 고유성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보편적 질문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를 봤다”고 말했다.

우리 문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는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이 자주 언급됐다. 고은은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외신에 언급된 후 단골 후보로 거론되며 기대와 실망을 함께 받아야 했다.

황석영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2005년 수상이 유력하다고 언급한 후보 중 하나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에 이어 올해 3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 도전에서 터닝포인트는 역시 2016년 한강의 영국 맨부커상 수상이다. 이를 통해 한강의 소설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아쉽게도 뒤이은 맨부커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잇따라 최종 후보에는 오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로 비롯해 앞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2022)’와 천명관 작가의 ‘고래(2023)가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또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맨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메디치상 1차 후보에도 포함됐다.

천명관 작가. 연합뉴스




황석영 작가. 연합뉴스


김주혜 작가. 사진 제공 = Nola Logan


한편으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맨부커상을 받지 못한 설움을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 ‘저주토끼’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다소나마 풀었다.

우리 작가가 직접 외국어로 쓴 작품이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올 8월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이미리내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병행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현지 시간)에는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연간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선인세 2만 달러의 작가군이 10명이 넘는다”며 “또한 문학상 수상으로 작가의 지난 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고 전문지 비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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