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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요지경…한 해, 4000명 ‘국적 포기’·국외여행 위반 150명 ‘해외 버티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국적 포기 후 美 국적 취득이 가장 높아

지난 6년 간 ‘형사처분’ 단 51명에 그쳐

매년 1만 명 사회복무 대상자 면제 처분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제1병역판정검사장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남성으로 병역의무 대상자가 한해 평균 4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병역의무 대상자(18~40세) 가운데 ‘국적 포기’(국적상실+국적이탈) 자는 총 1만 9607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2만명, 한 해 평균 4000명쯤으로 1개 여단급 규모다.

전체 국적 포기자 가운데 외국 국적을 선택한 국적 상실자는 1만 3682명으로 69.8%를 차지했다. 국적 이탈자도 5925명으로 30.2%를 기록했다. 이는 올 한해 현역 입대자 수가 2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병역 자원 10명 중 1명이 국적 포기로 입영 대상에서 제외되는, 병역기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유학 등 장기 거주로 외국 국적 취득 후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국적상실)가 1만3682명으로, 부모의 경제적 및 사회적 지위 등으로 유학을 통해 장기 체류하는 경우 병역 의무를 기피하는 탈법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적 포기로 병적 제적 되는 경우는 국적상실과 국적이탈로 나뉜다.

국적상실은 대한민국 국적자가 유학 등 외국에서 장기 거주 등으로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국적이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국적 포기 후 가장 많이 취득한 국적은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순이었다. 미국 국적 취득자는 7568명으로 전체의 55.3%를 기록했다. 뒤이어 일본이 2349명(17.2%), 캐나다 1922명(14.0%), 호주 752명(5.5%), 뉴질랜드 423명(3.1%) 등이 차지했다.

이에 반해 외국 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 자원입영 신청 현황은 2020년부터 올해 8 월까지 총 2947명을 기록했다. 중국(557명)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미국 (539명), 베트남 (278명), 일본 (194명), 인도네시아 (155명) 순이었다.

황희 의원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국적 포기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정립도 시급하다”며 “이중 국적자의 병역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군복무가 사회진출 디딤돌이 되도록 병역의무자에 대한 지원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적 포기자 엄격한 기준 정립 시급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자 형사처분 현황’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외여행 허가 의무 위반자 1037명이었다. 이 가운데 893명(86%)이 해외거주의 사유로 수사 중지 처분을 받았다. 한 해 평균 150명쯤의 국외여행허가 위반자가 해외에서 버티기로 병역기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5명(0.5%)에 불과하다. 2022년 이후 징역형 처벌은 단 한 건도 없다. 또 매년 약 200건 가까이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이 중 입국자는 20건에 불과했다.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대다수가 병역기피 목적으로 해외에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법 제94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국외여행허가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병역기피 목적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형사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외여행 허가 의무를 위반한 자들 중 형사처분을 받은 사람은 징역 포함해 집행유예, 기소유예를 모두 합쳐도 지난 6년 간 단 51명(6%)에 그치는 실정이다.

법에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 처벌이 불가능한 제도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건 물론 병역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다른 일반 병역의무자들에게는 큰 상실감과 불공정한 처우라는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5년간 6만명 사회복무 대상자 군 면제


병역기피를 조장하는 또 다른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년 1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 대상자가 장기대기 사유 탓에 전시근로역으로 면제 처분을 받아 5년간 총 6만 2964명이 합법적으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 배치의 불균형 문제로 장기 대기자가 계속해 발생하면서 지난 5년간 6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 대상자가 군 면제를 받았다.

현행 병역법 제65조 제9항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가 소집되지 않고 3년 이상 대기할 경우 적기 사회진출 보장을 위해 전시근로역으로 처분한다.

이 같은 원인은 사회복무 대상자 경우 선호하는 근무지의 경쟁률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일부 근무지에서는 인력난으로 배정조차 이뤄지지 않는 불합리한 운영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들은 현역 복무 대신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한다. 상대적으로 편한 근무지에 속하는 행정시설 근무의 경쟁률은 높다. 하지만 힘든 근무지를 일컫는 ‘헬무지(지옥·Hell + 근무지의 합성어)’로 불리기도 하는 사회복지시설 근무는 더욱 기피돼 인력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사회복무요원 배치를 요청했지만 배정되지 않은 사회복지시설의 인원이 5년 전보다 7배가 상승해 1335명에 달한다. 그러나 행정시설 근무 경쟁률은 8.5 대 1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배치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매년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장기대기로 면제 처분을 받고 있어 제도 운용 방식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20년에는 1만 5331명이 면제 처분을 받았다. 2023년에는 1만 556명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8월까지 1만 1852명이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다.

매년 1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 대상자가 자동 면제되고 있는 것으로, 사회복무요원의 배치와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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