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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한강 등단 전 '떡잎'부터 달랐다

연세춘추 '연세문학상' 당선작 '편지' 공개

정현종 시인 "휘몰이의 내적 열기와 능란한 문장력"

한강 이후 작품의 토대돼

사진 제공=창비




/사진 제공=연세춘추


‘악물린 입술/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한강 ‘편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된 한강 소설가의 등단 이전의 ‘떡잎’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연세대 학생언론기관인 연세춘추 1992년 11월 23일자에 따르면 국문학도였던 소설가 한강의 대학 시절 시 창작 수업을 지도했던 정현종 시인은 당시 한강의 작품을 두고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며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는 무슨 선명한 조각과 또 달리, 앞으로 빚어질 어떤 모습들이 풍부히 들어 있는 에너지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하 본다”고 덧붙였다.

1989년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한 한강 소설가는 시인으로서 두각을 먼저 나타냈다.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2년 연세춘추에서 주최한 ‘연세문학상’에서 시 ‘편지’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에는 정현종 시인 겸 연세대 교수와 김사인 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시 ‘편지’에서 화자는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라며 담백하게 운을 뗐지만 ‘때 아닌 삼월 봄눈’을 언급하며 눈이 멈추지 않는 것을 원망한다. 이어 겨울로 등이 시렵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 타는 꿈’이 이어지고 ‘잘리지 않는 희망’과 ‘지리멸렬한 믿음’을 한탄한다.

이후 등장하는 4연은 압도적이다. 정현종 시인이 표현한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가 급작스레 가라앉으면서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꺼내 읽는 사람의 마음이 ‘툭’하고 떨어지게 한다.

당시 수상 소식에 한강 소설가는 “추억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며 “앓아누운 밤과 밤들의 사이, 그토록 눈부시던 빛과 하늘을 기억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한강 소설가의 선정 사유를 밝히며 10여 분간 이어진 작가 한강 소개에서 ‘실험적이고 시적인 접근’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언급됐는데 이는 세계 문단이 이해하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에는 한강 문학의 원류에 시가 바탕이 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강 소설가는 다음 해인 1993년 졸업 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습작을 시작해 그해 계간지인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듬해 단편 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해 본격적으로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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