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가 끝났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과 관련한 집중 공세를 펼쳤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를 방문하면서 경찰이 교통통제 특혜를 제공했다고 맞불을 놓으며 국감은 정쟁의 장이 됐다.
지난 11일 행안위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소재의 경찰청에서 경찰청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감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갔지만, 주요 쟁점은 다혜씨와 김 여사,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된 텔레그램 딥페이크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 與 “음주운전은 중대 범죄… 다혜 씨 공개소환 검토해야”
당초 경찰청 국감은 야당이 검경의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다혜 씨의 음주운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 다혜 씨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증인 채택이 불발 되면서 문 씨 없이 국감을 시작한 여당 측은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9월 2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육군 병사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 영상을 재생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직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 의원은 특별범죄가중처벌법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일반론적으로 만취운전을 해 운전을 하다 다른 차와 충돌해 차에 탄 사람이 통증을 호소하는 등 다쳤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되지 않냐”고 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문 씨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SNS에 입장을 피력하는 성향을 보여 공개소환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개 소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다혜 씨의 소환 일정과 관련해서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에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용산경찰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조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출석하는 사람의 신변에 위협이 있다면 (장소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추후 경찰청은 참고자료를 통해 조 청장의 발언이 ‘신변안전 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 野 “김 여사 마포대교 방문, 경찰이 교통통제 특혜”
여당이 다혜 씨의 음주운전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강성 이재명 지지 당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을 탈당해 부담을 주지 말라’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문 전 대통령과 문다혜 씨가 ‘체납 공동체’라고 공세를 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얘기가 왜 나오느냐”, “국감에 맞는 주제를 꺼내라”, “김 여사의 국정농단과 음주운전을 비교하지 말아라”라고 반박하며 고성이 오갔다.
야당은 지난달 11일 김 여사가 마포대교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교통을 통제했다며 맞불을 놨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청장에게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진행했냐”,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마포대교를 통제했냐”고 질문을 했고, 조 청장은 “회의는 없었고, 교통통제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시 112 신고 내용을 공개하며 ‘교통 통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민의 신고 내용 중에는 경찰이 차선 일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 의원은 “퇴근 시간임에도 김 여사가 뚝섬에서 망원치안센터까지 20여분 만에 이동했다”며 “대통령의 부인이 온다고 하니까 경찰에 교통을 통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딥페이크·스토킹 대응 부실 도마… 조지호 청장 “추적단과 공조”
현안과 관련해서는 익명 채팅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조 청장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행안위 의원들의 질의에 “전과를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그간 경찰은 보안성을 강조하고 있는 텔레그램을 통해 음란물이 유통된 탓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찰은 최근 텔레그램 측에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등 경찰 측은 수사 협력을 위한 진행 단계에 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조 청장은 이날 “타 메신저와는 달리 텔레그램은 인터넷 주소 정보 등이 추적되지 않았다”라며 “이제는 (수사에 협조하기로 해) 그 벽이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는 2019년 ‘N번방’ 사건을 취재한 원은지 추적단 불꽃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 원 대표는 가림막 뒤에서 발언하며 경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 대표는 “5년 전 경찰 수사관이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를 구하기 어려우니 피해물 삭제를 하자고 말했는데, 5년이 흘렀지만 수사기관은 같은 말을 한다”며 “범죄자들도 (경찰이) 범죄를 방관했다는 것을 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조 청장은 원 대표의 지적에 대해 ‘위장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 청장은 “현행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착취물은 위장수사가 불가하다”며 “제도적인 길을 터 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조 청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 구속률이 2020년 이후 4%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박정현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추적단 불꽃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공조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청·대공·사이버 관련 경찰 수사 역량 강화 주문 쇄도
이외에도 다양한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이날 지난해 7월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사건의 피해자 유족 이경숙 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을 비판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반납하라고 요구한 지 나흘 만에 참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경찰 간부가 상관의 괴롭힘으로 인해 분신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 조 청장은 “조사가 원활하지 않아 주변 관계를 확인 중이며, 사실관계 확인을 우선 하겠다”라며 “본청 주관으로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성청소년 관련 사건과 대공, 사이버 분야에 대한 경찰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요청도 쇄도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전문적인 수사 기법이 필요하다”며 “수사관의 수사 역량이 중요한데, 수사를 지휘해야 할 수사 경과 보유 현황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이버 수사 경과에 대해서도 “전문 수사 분야에 대한 장기 계획을 갖고 수사 인력을 양성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된 것과 관련해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조 청장에게 “대공수사권 전담 이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냐”고 질문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권 이후 최근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검거 건수가 줄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조 청장은 “최선을 다해 인력을 확보하겠다”면서도 대공수사권 등에 대해서는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전담한다 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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