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해 국내 남자골프 대세는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3라운드 선두만 5명, 3타 차까지 무려 27명이 몰린 대혼전을 끝낸 이는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의 장유빈이었다. 13일 부산 아시아드CC(파71)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장유빈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적은 뒤 장희민(22·DB손해보험)과 연장에서 18번 홀(파4) 6m 끝내기 버디로 우승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3승. 제네시스 대상 굳히기에 들어갔고 상금 2위에서 1위로도 올라섰다. 상금 2억 원을 받은 장유빈은 시즌 상금 10억 449만 원으로 KPGA 투어 역대 최초인 상금 10억 원 돌파에 성공했다.
1~3라운드 공동 선두 뒤 끝내 우승해 와이어투와이어 기록도 썼다. 장유빈은 “대회 전에 와이어투와이어 한 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캐디형이랑 장난처럼 얘기를 나눴었는데 진짜 해냈다”며 “정규 18번 홀에서 짧은 파 퍼트 때 굉장히 많이 떨렸다. 안 좋은 생각(쇼트 퍼트 못 넣어 우승 놓쳤던 기억)이 많이 나기도 했는데 이겨내려고 했고 이겨냈더니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3라운드 막판 티샷 때 갤러리의 휴대폰 소음 탓에 미스 샷을 하고 1타를 잃기도 했는데 장유빈은 다 이겨냈다.
전반에 버디만 4개를 잡은 장유빈은 1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고 이후 버디를 보태지 못해 추격자들에게 기회를 줬다. 기회를 잡은 것은 장희민이었다. 15번(파5)·16번 홀(파3) 연속 버디로 동타를 이룬 것. 승부는 2인 연장으로 흘렀고 둘은 드라이버 샷으로 305야드 이상을 쳐 거의 비슷한 거리로 페어웨이를 지켰다. 세컨드 샷 싸움까지도 장희민이 조금 길게, 장유빈은 조금 짧게 쳐 알 수 없었다. 승부가 갈린 곳은 결국 그린이었다. 장희민의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간 뒤 장유빈은 신중한 표정으로 공을 굴렸고 생각한 퍼트 라인을 예쁘게 따라간 공은 그대로 홀로 숨었다. 장유빈은 모자를 벗어던지며 크게 포효했다. 티샷을 물에 빠뜨렸지만 8m 보기 퍼트를 넣은 11번 홀도 결정적이었다.
2022년 1승이 있는 장희민은 2승 기회를 아깝게 살리지 못했고 이날 6언더파를 몰아친 이정환이 문도엽, 조우영, 박성준과 8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상금 1위였던 김민규는 이븐파 공동 36위에 그쳤다. 옥태훈(5언더파 공동 10위)은 13번 홀(파3) 홀인원으로 6000만 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받았다. 올 시즌 두 번째이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홀인원으로 투어 통산 최다 홀인원 기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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