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인 지난 9월 17일 강원도 최전방 부대인 육군 제15사단을 찾아 국민들이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연휴에도 국토 방위에 봉사하는 장병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초급 간부들과 간담회에서 간부들에게 일일이 송편은 먹었는지 챙기면서 노고를 격려했고, 장병 식당 관리 부사관에게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대해서는 통조림이나 전투 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량이 늘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병들이 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급식의 맛과 영향 균형 측면에서 장병들의 만족도를 충족하지 못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지난해 우리 군이 운영하는 상비 병력이 47만 7500여명으로 5년 새 15%가량 줄어드는 상황에서 군 부대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량은 5년 간 꾸준히 증가해 연간 11만t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육·해공군·해병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음식물류폐기물 연간 처리량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간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량은 지속해 한 해 10만t을 넘겼고, 2022년부터는 2년 연속 11만t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연간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량은 10만 4456t에서 2020년 10만 5674t, 2021년 10만 7818t, 2022년 11만 2870t, 2023년 11만 2792t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군 장병 1인당 연간 음식물류폐기물 배출량은 △해병대 281.7㎏ △육군 244㎏ △공군 167.1㎏ △해군 158.9㎏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 1인당 발생량 약 113.5㎏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탓에 군 음식물류폐기물 처리 비용 역시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연간 141억 7000만 원이었던 음식물류폐기물 위탁처리 비용은 2023년 한 해만 약 198억 9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 장병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대로 군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량이 증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꼬집고 있다. 장병에게 제공하는 군 급식 만족도 및 급양 시스템은 물론 장병 선호품목 확대 및 뷔페식 등 민간위탁 급식 추진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군 급식의 만족도 향상을 비롯해 급식의 영양균형 및 식단 등을 충실하게 설계하고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영양사 등 급식 및 급양 인력 체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각 군이 제출한 영양사 배치 현황을 보면 △육군 110명 △해군 18명 △공군 36명 △해병대 7명 △국직 29명으로 총 200명에 불과하다. 국군 장병을 50만 명 기준하면 군 영양사 1인당 담당하는 군인 수는 약 2500명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영양사는 2024년 2월 기준 1만 1226명에 달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를 나눈 1인당 담당 학생 수는 약 468.8명이다.
그 연장선에서 볼 때 이런 상황은 2023년도 군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5점 만점에 3.37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급식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3.28점으로 평가 항목 중 가장 낮았다. 군 급식의 다양성, 맛, 영양균형 개선에 대한 장병들의 니즈가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장병들의 내년도 급식비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군 장병들의 급식비는 2023년 3년 연속 동결돼 식자재비 인상 등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되는 조치다.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안 예산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가 1인당 1만3000원(한 끼 4333원)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등의 선진국 장병 급식단가를 비롯해 우리나라 고등학생 급식비도 낮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초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1만 5000원으로 올려 올해 기본급식 사업 예산보다 2862억 원 늘어난 2조 177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국방부는 지난 2022년 7월 대비 올해 3월 식료품 물가(농·축·수산물 10.8%, 가공식품 8%)가 상승해 현 수준의 군 급식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단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또 기본 급식비 단가가 계속 동결될 경우 수입산 대비 고가인 이유로 농·수·축산민 보호를 위한 국내산 식자재 조달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방부의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이유로 병 봉급 인상과 장병 비선호 식단 편성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단가) 증가를 내세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2019년 141억 7000만 원에서 2023년 198억 9000만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량도 10만 4000t에서 11만 2000t톤으로 증가해 처리 비용이 40% 오른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이 없다면 내년도 1인당 병사 급식단가는 1만 3000원으로 동결된다. 미국(1만 5379원), 영국(9934원~1만 6185원) 등 선진국 수준 보다 턱없이 낮다. 심지어 한 끼 급식단가(4333원)로 보면 서울시 고등학교 무상급식 식자재비(6877원)의 6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육군 15사단을 방문해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긴다”고 강조했는데도, 예산당국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급식단가를 동결하는 건 대통령이 지시를 묵살하는 심각한 문제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도 이례적으로 국방부를 옹호하고 예산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는 지경이다.
물론 정부의 예산안에 병사 급식단가 인상 등이 반영되진 않았지만 향후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예산당국의 의지가 아닌 국회의 판단에 따른 증액 조치다.
이와 관련 국방부도 “최근 몇 년간 외식비와 식자재비 상승 등의 상황을 외면한 군 급식비 동결은 군 장병들의 밥상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며 “군복을 입은 장병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2021년 급식 파동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물가 상승을 고려한 최소한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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