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위적인 약달러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트럼프 당선 시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이 인사는 트럼프가 모든 국가에 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도 실제로는 톤다운될 것으로 봤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재정적자와 관련한 ‘파멸기계(Doomsday machine)’라고 표현해 트럼프 당선 시 IRA의 대대적인 축소를 암시했다.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사진)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JD밴스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달러 약세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베센트는 “트럼프는 미국 달러화가 세계의 준비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정책과 같이 트럼프 신정부는 강달러를 지지하고 의도적으로 약달러를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센트는 "준비통화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 올라가고 내려간다"며 "좋은 경제정책을 편다면 자연스럽게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베센트는 자신이 트럼프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전세계 국가에 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말에 대해 "무역 상대국과 논의를 하면서 조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가 2026년 만료되는 가운데 베센트는 트럼프가 새 연준 의장을 지명하되 연준의 독립성은 침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센트는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으로 1990년대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공격 등을 도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트럼프의 최고 경제 고문으로 꼽혀왔다.
베센트는 “지금이 미국이 유럽식의 과도한 규제·부채 경제로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제무역·관계의 재설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는 (행정부) 내부에서나 외부에서나 그 일원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FT는 베센트가 재무장관이 될 시 호전적인 재무장관이 될 것으로 봤다. 실제 베센트는 FT 인터뷰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경제 문맹자"라고 공격했다. 또 트럼프의 경제공약이 국가부채를 해리스보다 2배 이상 키울 것이라는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분석에 대해서는 "끔찍하다"며 "CRFB는 감세가 성장을 얼마나 촉진할 것인지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관세, 감세 공약 등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고 받아쳤다. 베센트는 바이든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해체(dismantling)해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IRA에 대해 "재정적자와 관련한 파멸기계(Doomsday machine)"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돼도 IRA가 축소되는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그 보다 더 나아간 급진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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