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할 경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트럼프가 인위적으로 약달러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며 “취임 직후 중국에 60%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해체(dismantling)해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해 현실화할 경우 IRA에 기대 대미 투자를 늘려온 우리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 스콧 베센트는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폈던 정책과 같이 강달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취임하면 달러를 평가절하하는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IRA에 대해 “재정적자를 부르는 ‘파멸 기계(Doomsday machine)’”라고 거칠게 표현해 트럼프 취임 시 IRA의 대대적인 축소를 예고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IRA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센트는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이었으며 최근 몇 년간 트럼프의 최고 경제고문으로 꼽혀왔다. 그는 미국의 수입품에 최고 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무역 상대국과의 논의를 통해 (관세 수준은) 조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재선 시 상무부·재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에 대해 보다 급진적인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의 투자자 노트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월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그 자리에서 “트럼프가 취임 즉시 중국에 60%, 전 세계에 10%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샌들러는 투자자들에 “관세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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