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간 육로의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한 후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자 예하 부대에 대북 감시 경계와 화력 대기 태세 강화 지침을 하달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14일 북한군 총참모부의 전날 담화 발표 이후 포착된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정황과 관련해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 며 “빠르면 오늘도 (북한의 폭파가)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군은 최근 남측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투했다고 주장하면서 13일 국경선 인근 포병연합부대 등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합참도 곧장 전군에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주문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군의 감시·경계 및 화력 대기 태세와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대비 태세 상향 같은 구체적인 (작전)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2일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한 데 이어 13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 등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작전 예비 지시를 하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이날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서해 해상 경비 임무를 수행 중인 천안함을 방문해 군사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의장은 서해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천안함을 방문해 “북방한계선(NLL)이 선배 전우들이 목숨 바쳐 사수한 해상 경계선임을 명심하고 적이 NLL 이남에 대해 도발한다면 적을 완전히 수장시켜 ‘천안함 폭침’의 아픔을 수십, 수백 배 이상으로 되갚아주라”고 당부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배경에 ‘취약한 체제 내부의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의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고 과장해 활용해왔다”며 “무인기 소동도 유사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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