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으며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흑인과 히스패닉계 사이에서도 예전 같은 강력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선 베팅을 주도하는 폴리마켓 등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2개월 내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 및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를 지지하는 흑인 비율은 78%, 히스패닉 비율은 56%였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에게서 90%, 히스패닉계로부터 62%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 비율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NYT는 “히스패닉계 지지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마지막 민주당 후보는 2004년 패배한 존 케리였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약 70%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했다. 그 이후로 트럼프가 (민주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같은 조사에서 히스패닉계의 3분의 1 이상이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공약을 지지한다고 답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가 해리스를 사실상 따라잡았다. ABC방송과 입소스가 4∼8일 전국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2%포인트), 투표 의향층에서 해리스는 50%, 트럼프는 48%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의 리드가 6%포인트였던 것에 비춰보면 선두 다툼이 다시 치열해진 것이다. NBC방송이 같은 기간 전국의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3.1%포인트)에서도 트럼프와 해리스는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5%포인트나 앞섰다.
대선 베팅을 주도하는 폴리마켓과 프레딕트잇에서는 이달 들어 트럼프와 해리스의 당선 확률이 역전됐으며 트럼프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폴리마켓은 이날 현재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54%, 해리스는 45%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대선 경합주에서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등록 우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해리스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프랭클린마셜대의 리서치센터 소장인 버우드 요스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2020년과 2024년 사이 민주당 유권자는 30만 명 감소했고 공화당 유권자는 7만 명 증가했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 유권자 등록 우위가 2020년 39만 3000명에서 올해는 13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민주당 유권자 등록 감소는 해리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신을 향한 ‘대선 불복’ 비난을 역으로 되받았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에 대해 “급진적 좌파 미치광이들”이라 칭하면서 그들이 시위 등에 나설 경우 “매우 쉽게 처리(진압)되겠지만 필요하다면 주방위군 또는 정말로 필요하다면 군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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