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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우려한 '식물 헌재'…헌법개정자문위 논의 무색  

국회의장 직속 기구서 여야 추천인 24인 모여

2023년부터 헌재 업무 정지 막기 위한 논의 

제안된 방안 모두 논의로 그쳐…개정은 0건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사진 제공=대한민국 헌정포털




국회의장 직속 자문 기구인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재판관 공백으로 인한 헌법재판소의 업무 정지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제안된 개정안 중 법률 개정으로 이어진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법조계에선 국회가 헌재 기능 마비를 예견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개정자문위는 지난 5월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헌법재판소 관련 개정안 외에도 정당,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제안이 담겼다.

헌법개정자문위는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의장 추천 12인, 여야 각 추천 6인 등 총 24인의 학계 및 전문가로 구성된다. 효율적인 법률 개정을 위해 국회사무처 법제실, 상임위원회, 입법조사처 등 국회 주요 부서가 실무지원단으로 참여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2008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4번의 헌법개정자문위가 꾸려졌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헌법개정자문위는 지난 2023년 1월 결성됐다.

헌법개정자문위는 재판관 공백에 따른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재판관 임명 방식을 기존 국회와 대법원장, 대통령이 추천 및 지명하는 방식에서 모두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해 국회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예비 재판관 제도 신설 제안도 논의됐다. 현행 재판관 9인 중 7인이 참석하여야 심리를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따라 3인 이상이 직무수행이 곤란한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오스트리아는 헌법재판소장 1인, 부소장 1인 외에 재판관 12인과 예비재판관 6인을 두는 예비위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결정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위헌 결정과 헌법소원 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논의됐다. 탄핵 결정과 정당해산 결정의 경우만 피청구인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중대하므로 정족수를 유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헌법개정자문위의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14일 헌재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지만, 심리 이후 결론을 내기 위해선 재판관 선임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판관 선임 절차가 늦어질수록 이종석 헌재소장과 김기영, 이영진 재판관이 이달 17일 퇴임한 이후에도 심리를 이어가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국회가 재판관 후임 인선 절차를 마무리해야만 산적해있는 탄핵 및 헌법소원심판 등을 마무리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업무 마비를 사전에 방지할 대안책이 있음에도 재판관 선임 절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단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에서 국회가 후임 재판관을 선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었다"라며 "국회가 법을 어기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재판관 후임 선정 전까지 퇴임 예정자의 임기를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등 개정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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