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과 이해 관계자 대립 등으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의 속도가 나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 완료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통해 서울 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그동안 누적된 주택 공급 부족 사태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15일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에 따르면 국내 1호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인 잠실더샵루벤(송파성지아파트 리모델링)이 막바지 공사 단계에 있다. ‘수직 증축'은 기존 아파트 층수를 위로(수직) 올리는 리모델링 방식으로 기존 가구수의 최대 15%를 증축해 일반 분양할 수 있다.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수평‧별동 증축형 리모델링 대비 구조 안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전문기관의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잠실더샵루벤은 1992년 준공된 298가구 규모의 송파성지아파트로, 2020년 전국 최초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지하 3층, 지상 최고 18층, 2개 동, 총 327가구로 83㎡~106㎡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용 면적 106㎡ 5개 타입(A~E) 29가구가 일반분양됐다.
서정태 서리협 회장은 이날 잠실더샵루벤 공사 현장에서 “서울시 내 1990년대 지은 노후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직증축과 수평증축 등 각종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공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일반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정비는 물론, 신규 주택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점차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42곳(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로 그 가구 수만 12만이 넘는다. 연초(총 136곳, 조합 76곳, 추진위원회 60곳) 보다 조합은 4곳, 추진위원회는 2곳 총 6곳이 늘어났다. 이들 단지들이 정상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면, 10년 간 신규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총 수는 약 14만 가구(일반 분양 2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는 송파구 송파더플래티넘(오금아남, 2024년 1월 입주)을 시작으로 강동구 더샵둔촌포레(둔촌현대1차, 2024년 11월 입주예정)에서 각각 29·74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온다, 이어 내년 3월에는 송파구 잠실더샵루벤(송파성지아파트·29가구)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용산구 이촌동 이촌르엘(현대맨숀·97가구)은 공사 중에 있으며,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네자이(청담건영·22가구)도 9월부터 이주를 개시한 상태다.
서 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그간 누적된 주택공급 부족에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번 8.8 부동산 공급대책에도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 대책 및 규제완화만 있어 아쉬웠다”며 “주택의 장수명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주거의 질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고 도심지에 신규주택공급 효과가 있는 리모델링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입법·제도적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리모델링영업실 상무는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사업 보다 상대적으로 주택공급 효과가 작고 공공기여 등을 통한 인프라 개선이 어렵다고 인식돼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상황이지만,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사업 대비 신속한 노후주택 정비 효과가 있다”며 “재건축사업은 준공된 지 30년이 경과돼야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이 경과하면 사업착수가 가능하므로 보다 신속하게 노후주택의 물리적 노후화를 개선 할 수 있고, 트렌드에 맞는 공간 재구성 등을 통해 사회적 노후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무는 “리모델링사업은 도심지에 신규주택공급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며 “포스코이앤씨만 하더라도 이달 말 준공되는 더샵둔촌포레외 내년 3월 준공되는 잠실더샵루벤에서 103세대를 신규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공사중인 분당지역 프로젝트들에서 675가구를 비롯해 그동안 수주한 사업지에서 약 4600여 가구의 신규주택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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