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실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 허리
활처럼 하얗게 굽는다
할머니 생애에 쏘지 못한 화살이
남아서일까……
언덕을 넘어
팽팽하게 휘어지는 허리
노을 너머 고소한 냄새가 난다던 할머니들이 있기는 했다. 참깨 서리를 하려는지 온몸을 낫으로 구부려 천국으로 떠나셨다. 깨 터는 소리인가 싶어 귀 기울여 보면 빗소리이곤 했다. 언덕 넘는 저 할머니, 평생의 내공으로 당겼으니 얼마나 멀리 날아가겠는가? 어느 은하 어느 별자리 뛰놀던 살진 짐승을 겨냥하였을까? 사냥이 아니라 생애의 하소연 담긴 편지 하나 묶어두었으리라. 아득한 사건의 지평선까지 사연을 전하고 싶었으리라.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