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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부작용 막으려면 과도한 시장 개입 없어야


정부와 거대 야당이 주주 이익 강화를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할 경우 법체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주요 경제단체가 15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내외 법학자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 방안의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상법 382조 3의 개정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포함하면 법체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 회사의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도리야마 교이치 와세다대 교수는 “이사가 회사를 위한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주주 공동의 이익도 구현된다”며 굳이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이 경우 경영진이 소송 위협에 시달려 소극적인 경영 판단에 머물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사의 의무를 규정한 기존 조항은 존치하되 ‘이사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별도 조항을 신설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정부의 절충안도 상법 체계 안에 주주 보호를 이사의 의무로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야당안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의 검토안과 야당안 모두 경영진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한국 증시의 성적이 주요국들 가운데 꼴찌 수준에 머물면서 주주 보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적 분할, 일반 주주에 불리한 합병, 쥐꼬리 배당 등 한국 증시가 그동안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입법 만능주의로 기업 경영을 재단하고 압박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혁신 경영과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미래 투자를 발목 잡는 상법 개정은 외려 증시에 독이 될 수 있다.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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