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 시장 경쟁자인 인텔과 AMD가 ‘x86 자문 그룹’으로 한 배를 탔다. 모바일 패권을 거머쥔 암(ARM)이 PC·서버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자 x86 진영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행보로 읽힌다.
15일(현지 시간) 인텔과 AMD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 월드 2024 콘퍼런스’에서 x86 아키텍처 자문 그룹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리사 수 AMD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AMD와 협업을 구축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양 사가 협력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갈수록 줄어드는 x86의 입지가 있다. x86은 1978년 인텔이 내놓은 ‘8086’을 시초로 하는 CPU 설계 방식으로 현 시대 PC·서버의 표준 CPU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과 AMD 모두 x86 CPU가 주력 제품이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ARM이 저전력을 무기로 노트북 시장에 진출하고 서버용 ‘네오버스’를 내놓으며 x86의 헤게모니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애플·엔비디아·퀄컴 등이 ARM CPU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은 데이터센터를 ARM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텔과 AMD는 다툼보다는 x86 진영 수성이 최우선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자문 그룹은 x86 CPU 전반의 호환성과 일관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범용성을 넓혀 개발자와 PC·서버 제조업체의 편의를 살피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브로드컴·구글클라우드·델 등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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