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와 함께 K방산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K2’ 흑표 전차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1000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1차로 180대 납품에 대한 실행계약만 체결했다. 나머지 폴란드군 버전인 ‘K2PL’에 대한 820대 공급 계약이 지지부진 한 상태였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다음 달 폴란드와 K2전차 180대를 비롯해 지원차량 81대를 수출하는 2-1차 물량을 공급하는 계약 체결을 11월에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 본격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계약에는 폴란드 방산기업 PGZ(Polish Armaments Group)와 폴란드형 버전인 K2PL를 비롯해 K2를 활용한 구난전차(K2PL ARV), 교량전차(K2PL AVLB), 공병전차(K2PL CEV) 등 여러 형태의 전차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박람회(MSPO)에서 폴란드 측과 이 같은 계약 방안에 대내 공유하고 최종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이의성 현대로템 고문은 미국 군사매체 등과의 인터뷰에서 “(K2전차 2차 계약을) 작업하고 있고 11월에 계약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달 2차 계약 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앞서 지난 7월 현대로템은 PGZ 및 PGZ 산하 방산업체 WZM(Wojskowe Zakłady Motoryzacyjne)와 K2PL 생산·납품을 위한 컨소시엄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합의서는 2차 수출 계약(본 계약)의 선행 조치 성격으로 방산업계가 본계약이 임박했다고 내다보는 까닭이다.
폴란드 버전 ‘K2PL’ 현지 생산·납품 계획
폴란드 군사 매체 디펜스24도 폴란드 버전인 K2PL의 생산은 WZM 포즈난 공장에서 2026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와 K2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기본 계약 가운데 1차 물량인 180대의 경우 초도물량 10대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6대의 K2를 공급했다. 올해는 총 56대를 납품할 예정으로 10월까지 34대를 공급하고 남은 물량 22대는 연말까지 공급한다. 내년에는 96대를 납품해 1차 계약을 마무리한다.
K2전차는 현대위아가 생산한 55구경 120㎜ 활강포를 주무장으로 쓴다. 부무장으로는 12.7㎜ 대공기관총과 7.62㎜ 공축기관총 등이 있다. 제원은 길이 7.5m(포신 포함 10.8m), 너비 3.6m, 높이 2.4m(차체 하강 시 최저 2m)에 이른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 DV-27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 시속 70㎞(평지)로 달릴 수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MIL-12560H 방탄강,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한국형 특수장갑판 등도 적용했다.
이에 반해 폴란드형 버전인 K2PL은 바퀴 축을 기존 6축에서 7축으로 늘려 차별화했다. 현지 요구에 따라 추가 장비를 탑재해 무게는 기존 K2전차(전투중량 56t) 보다 무거운 60t이다. 주무장은 기존과 같지만 K2PL은 포탑 상부 기관총에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적용했다. 전차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요격하는 능동파괴체계, 지뢰방호키트(kit), 대전차로켓방어용방호네트 등의 추가 장비도 탑재됐다.
K2전차가 동유럽 지역인 폴란드, 루마니아에 이어 유럽 관문에 위치한 튀르키예 이웃국인 ‘아르메니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방삽업계도 K2전차의 유력한 차기 수출국 후보로 꼽고 있다.
현지 아르메니아 언론도 수렌 파피키안(Suren Papikyan) 아르메니아 국방장관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해 K2전차 구매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파피키안 장관은 지난 9월 9일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주최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에 참석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김용현 국방부장관, 조태열 외교부장관 등과 만났다고 전했다.
특히 유력 소식통을 인용해 파피키안 장관이 서울에서 회의 참석과 별도로 한국과 무기 공급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고 아르메니아 측이 가장 관심을 보인 방산제품은 K2전차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앞서 지난달 6일 아르멘 그리고리안(Armen Grigoryan) 아르메니아 국가안보위원회 서기도 한국을 방문해 무기 구매 등과 관련한 회담을 여러 차례 가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는 주변국과 크고 작은 분쟁이 잦다. 옆나라 아르제바이잔과는 역사적으로도 갈등이 깊어 2020년대에 들어서 여러 차례 전쟁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르메니아는 주력 전차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이 개발하고 러시아가 개량한 T-80U 약 150대와 이전 버전인 T-72 다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배치 이후 상당한 노후화로 최신형으로 전차로의 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2전차는 산악지형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반능동 유기압식 암내장형 현수장치(ISU·In-arm Suspension Unit)를 세계 최초로 채택해 국토의 86%가 산악인 아르메니아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아르메니아 군 당국이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K2전차를 앞세워 이미 진출한 폴란드에 이어 똑같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루마니아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당장 루마니아가 군의 현대화 일환으로 현재 운용 중인 노후 전차 ‘TR-85M1’ 교체를 위해 추진하는 300대 규모의 신형전차 도입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루마니아는 이미 미국 에이브람스 54대 도입이 확정됐다. 나머지 246대를 두고 K2전차와 독일 ‘레오파드 2A8’이 경쟁 중이다. K2전차는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대당 약 262억 원)에서 레오파드 2A8(대당 약 600억 원)을 앞서고 납품 속도 역시 우세해 군 당국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이어 '제2의 동유럽 수주 잭팟'을 터뜨리고자 현지 홍보전에 매진하고 있다. 현지 루마니아 방산전문지 ‘디펜스루마니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K2전차 시험은 정말 성공적이었고 (루마니아 당국과)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계약 체결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확정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 5월 13~15일 루마니아 갈라치에 위치한 스마르단 트레이닝 센터에서 K2전차 실사격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같은 달 22~24일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흑해 방위 및 항공 우주 전시회(BSDA 2024)’에도 참석해 현지 마케팅에 총력전을 펼쳤다. 당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크리스티안 포페스쿠(Dan-Cristian Popescu) 루마니아 사회민주당(PSD) 의원과 만나 직접 부스를 안내하고 K2전차를 홍보하기도 했다.
해외 수출 소식과 관련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 군비청과 2차 계약을 연내 체결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2차 계약 규모와 대상 등 세부적인 내용은 현재 협상 중인 사항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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