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주식 등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대법원에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에서 민법 830조와 831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부부 각자의 특유재산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최 회장 측은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최 회장 측은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재산을 부부공동재산으로 취급하면 부부별산제 원칙이 형해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 명의 재산 3조9883억원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총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항소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흘러 들어가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는 점 등에서 SK 주식 등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그룹의 종잣돈은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한 만큼 부부공동재산이 아닌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자금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활동 자금으로 준 돈이라는 증언이 나온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이러한 주장이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와 판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은 독자적인 견해와 논리 조작을 통해 자신만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 불가침의 재산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관장 측은 대법원 판례상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재산이라는 전제에서 기여의 실질에 따라 재산을 분할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0년 재산분할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이 원칙은 혼인 중에 벌어들인 재산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하는 관행에서 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일반 국민들의 이혼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책 배우자가 무책 배우자를 맨몸으로 내쫓고 그 과정에서 자녀까지 고통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첫 번째 관문은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가 될 전망이다.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내달 초까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는다면, 특유재산과 관련한 법리도 세부적으로 심리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재산분할제도의 근본 취지와 부부별산제 원칙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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