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도 공급하는 사실을 자국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이미 북한도 포함됐다”며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과 함께 중국과 이란도 “범죄자 연합”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화상 연설을 통해 “북·러간 동맹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뿐만 아니라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언론은 지난 3일 도네츠크 전선에서 자국군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측 20여 명 가운데 북한군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러시아군이 북한 병력으로 구성된 3000명 규모의 ‘부랴트 특별대대’를 편성 중이라거나 북한이 러시아에 이미 1만 명을 보냈다는 등 우크라이나 군과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한 파병설 보도가 잇따랐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상호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정규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설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종전 해법과 전후 협력·안보 구상을 담은 ‘승리 계획’을 공개하며 “이 계획이 지지받는다면 늦어도 내년까지는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승리 계획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초청 △러시아 영토로 전장 이전과 완충지대 확보, 이를 위한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 △러시아의 침략 억제를 위한 포괄적 비핵 전략 패키지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공동투자 등 경제성장·협력 전략 △숙련된 군대 등 전후 안보구조 등 크게 다섯 가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일원이 아닌 탓에 러시아가 유럽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평화를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나토 가입은 현재 아닌 미래의 문제라는 점을 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지정학적 계산이 틀렸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전쟁이 끝난 뒤에는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일부를 우크라이나군으로 대체하겠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나 주권 거래는 종전 해법이 아니다”라며 점령된 자국 영토를 내주는 방식의 종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를 점령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등에게 이 승리계획을 설명하고 서방의 지지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승리 계획 가운데 일부는 보안 문제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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