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자동지급기)’이라고 지칭하며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한다”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를 시사했다. 그가 말한 100억 달러는 이달 초 한미 양국이 전년 대비 8.3% 인상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 1조 5192억 원의 9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트럼프는 이어 “여러분이 본 적 없는 수준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며 “관세 위협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해 중국은 물론 동맹국들까지 겨냥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한국 등 여러 나라의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 특히 중국산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무역 갈등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지아주 유세에서는 중국·한국·독일을 콕 짚어 거론하며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올 7월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안보 현안과 관련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 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잘 지낼 것”이라고 북핵 협상론을 시사해 우려를 낳았다.
한국은 북러 군사 밀착 속에서 커지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미 대선 판세가 초박빙인 만큼 미국 새 행정부의 통상 및 대북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제프리 숏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릴 위험이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위협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에 대비해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채널로 트럼프 측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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