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영광·곡성에서 각각 승리를 거뒀다. 차기 대권 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맞대결에서 텃밭 사수에 성공하며 여야 대표의 리더십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0시 5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상황에 따르면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조국혁신당과 단일화를 이룬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는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전남 곡성에서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었고 영광에서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장현 조국혁신당, 이석하 진보당 후보와 치열한 삼파전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이번 재보선은 ‘텃밭 지키기’에 성공한 여야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규모는 크지 않지만 4·10 총선 후 처음 민심을 확인하는 무대로서 새로 당권을 잡은 한 대표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판가름할 잣대로 평가됐다. 특히 재보선 최대 승부처가 된 부산 금정의 경우 여야 대표가 수차례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다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집행유예 확정으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단일화를 이룬 정근식 후보가 보수 측 조전혁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 당선인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 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16일 ‘보수의 안방’인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가뿐히 승리를 따내며 겹악재로 진통을 겪던 여권도 모처럼 화색이 돌게 됐다. 4·10 총선 패배 뒤 반년 만에 ‘선거 사령탑’으로 돌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격전지인 금정만 여섯 번이나 찾는 동시에 용산을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해 흔들리던 아성을 지켜냈다. 한 대표로서는 다음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자신이 내세운 의제들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켜야 할 곳은 잘 지켜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대표는 당선 윤곽이 잡힌 16일 오후 11시 20분쯤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국민의힘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대로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저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며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거 결과 논평을 통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향한 국민 여러분의 강력한 의지였고 열망이었다”며 “부여해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텃밭 사수’라고는 해도 벼랑 끝에 몰렸던 여권이 재기할 발판을 마련한 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에 지니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대패로 지도부 붕괴를 경험했던 여당은 당초 이번 선거를 중앙당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조용한 선거전’으로 치르려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선거의 핵심 의제로 띄우면서 맞대응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 카드를 꺼내든 부산 금정구청장을 놓고 여당 내에서는 “야당에 내준다면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선과 결과를 두고 진영 간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당분간 당정 혹은 당내 갈등 기류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당정이 서로 ‘제 논에 물대기식’ 해석을 내놓는다면 선거 기간 조용했던 당정 관계가 되레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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