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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핸들 대신 패드로 운전, 뒷바퀴도 자유자재로 조작…‘HL트랙데이’ 가보니

중국에서 미래 기술 선도하는 HL만도

고객사 초청 최신 부품 성능 선보여

조향·제동 장치 등 신기술 총망라해

HL만도 직원이 15일 현대차 제네시스 G80에 장착된 MWC(Mobile Wheel Control)을 통해 태블릿 PC로 조향 장치를 작동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핸들을 직접 돌리지 않아도 이렇게 터치 패드가 핸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좌우로 조정하면 차량이 인식해서 방향 전환이 가능합니다.”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터치 패드를 조작하니 실제로 차량이 차선을 변경했다. 시야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뒷좌석에서도 운전이 가능한 셈이다.

HL그룹의 자동차 부품 주력 계열사인 HL만도는 지난 14일부터 베이징 미윈구 HL만도 연구소에서 ‘HL트랙데이’를 개최해 HL만도의 각종 신기술을 총망라하고 이를 실제 차량에서 시연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HL트랙데에서 HL만도는 현재 양산을 준비중인 신기술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마음껏 뽐냈다. 이날만 해도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방문했다.

일부 제품은 지금 당장 차량에 장착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지만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HL만도는 고객사 차량에 자신들의 신기술을 장착해 시연했는데 한국, 미국, 중국 등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에 적용된 것에서 HL만도의 다양한 고객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만도의 신기술은 각종 상황에 대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등 미래 자동차에 적용될 그림을 그리면서 개발되고 있다. 핸들 없는 자동차, 바퀴가 하나만 달린 자동차, 앞바퀴와 뒷바퀴가 동시에 회전하며 제 자리에서도 빙글빙글 돌 수 있는 자동차.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나 그려보던 미래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만도의 기술력도 꿈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패드와 같은 모바일 기기로 자동차 컨트롤이 가능한 MWC(Mobile Wheel Control)는 자동차 핸들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활용이 가능한 장치다. 물론 이 같은 비상상황은 만약을 위해 대처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자동차의 내부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 운전석이 아닌 어느 곳에서도 핸들 조작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차량 내부 좌석이 서로 마주보는 형태나 원형으로도 가능해진다.

기존에 핸들부터 바퀴까지 모두 기계식 장치로 부품을 연결하던 방식을 전기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조향 시스템인 SbW(Steer by Wire)로 바꾸면서 MWC의 개발도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또다른 기술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SbW는 이미 2021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1’에서 차량 지능·운송 부문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이 부품이 적용되면 그만큼 차량 내부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 차량의 무게도 줄일 수 있다. HL만도 관계자는 “이 장치는 아직 한국, 중국 모두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르면 중국에선 내년 말 이후 법제화될 것으로 전망해 고객사와 함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뒷바퀴 조향이 가능한 RWS(Rear Wheel Steering)의 2세대가 장착된 차량을 타니 회전 공간이 확 달라졌다. 고속 주행시 앞뒤 바퀴를 동시에 조정해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일반 자동차가 앞바퀴로 방향을 좌우로 조정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을 적용하면 회전각을 줄여 더 좁은 공간에서 차량의 제어가 쉽게 가능했다. 공간이 적은 상태에서도 유턴이 가능했고, 시승 차량에 동승한 한 여성은 “평소 주차할 때마다 애를 먹었는데 이 제품만 별도로 장착할 수 없냐”고 문의할 정도였다.

HL만도가 개발하고 있는 신 기술을 적용한 시승차량이 15일 중국 베이징 미윈구 HL만도 연구소에서 열리고 있는 ‘HL트랙데이’에서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전자제어 서스펜션인 SDC(Smart Damping Control) 70은 시승했을 때 몸으로 직관적인 느낌이 전해졌다. 노면에 따라 차량과 탑승자가 받는 진동과 충격이 달라지는데 SDC 70이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을 달릴 때 머리가 차량 지붕에 닿을 정도로 위아래로 출렁거렸던 상황이 이 시스템을 통해 편안하게 억제됐다. 급가속, 급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이 앞뒤로 쏠리는 현상까지 방지해주는 장치다.

승용차 뿐만 아니라 HL만도의 계열사, 중국 업체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도 대거 선보였다. 대형 트레일러에 장착된 BN-EPS 장치는 마치 승용차처럼 핸들 조작이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미니밴 차량에 적용된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의 경우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사람을 피해 자동으로 차선 변경을 하고, 정면에 나타난 차량과의 거리가 좁아지자 자동으로 급제동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를 위해 HL그룹에서 자동차 분야를 총괄하는 조성현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 인도 등에서 핵심 엔지니어들과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HL만도는 지난해 한국에서 조향장치 기술을 선보이는 첫번째 트랙데이를 열었다. 올해는 당초 중국에서 ‘만도 트랙데이 China’로 준비하던 행사가 자동차 전 분야의 기술을 선보이는 그룹 행사로 확대했다. HL만도 관계자는 “HL트랙데이는 내년에 인도, 후년에 미국에서 개최해 한국, 중국, 인도, 미국 등 만도의 주요 4개 법인이 4년마다 돌아가며 올림픽처럼 행사를 이어가는 형태로 이어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HL만도는 일찌감치 적극적인 고객 다변화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전기차 업체에 부품 공급을 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2조원을 넘어 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북미를 훨씬 능가하는 효자 법인이다. 박영문 HL만도 중국법인장은 “만도의 핵심은 고객 다변화로 중국은 그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HL만도가 개발하고 있는 신 기술을 적용한 시승차량이 15일 중국 베이징 미윈구 HL만도 연구소에서 열리고 있는 ‘HL트랙데이’에서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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