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고의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 E(FIA Formula E World Championship)'에서 재규어(Jaguar)의 활약이 눈부시다.
실제 재규어는 이번 시즌 치러진 모든 레이스에서 연이어 상위권에 오르며 팀 챔피언십 부분은 물론이고 '드라이버 챔피언십' 부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챔피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지속적인 대회 참가'에 대한 방점도 찍었다.
이러한 모습은 재규어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다르게 만든다. 실제 재규어는 최근 10년 동안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이자 '레이싱 DNA'를 강조해왔지만 막상 '모터스포츠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려 20세기를 살펴보면 '재규어'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레이싱에 진심인 브랜드였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차량 중 하나가 바로 재규어 C-타입일 것이다.
XK의 뒤를 잇는 C-타입
1948년 재규어는 당대 레이싱 출전을 위한 레이스카, XK120를 선보였다. XK120는 개발 중심이 차량에 있지 않고 'XK 엔진'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완성도 높은 패키징, 그리고 XK 엔진의 우수한 성능으로 각종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재규어가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다. 1950년, 재규어는 세 대의 XK를 앞세워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무대에서 우승을 거머쥐려 했지만 12위와 14위 그리고 차량 고장으로 인한 리타이어로 인해 '아쉬운 마무리'로 만족해야 했다.
전세계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렸지만 가장 바랬던 '르망 24 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좌절에 빠진 재규어는 곧바로 '르망에서 우승할 수 있는 새로운 레이스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더욱 정교하게 빚어낸 C-타입
1951년, 재규어가 공개한 새로운 레이스카 C-타입(XK120 C)는 말 그대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차량이다. 실제 풍동 테스트를 거치며 최적의 실루엣을 구축할 뿐 아니라 각종 소재와 구성 등에 있어서도 모두 처음부터 레이싱을 고려했다.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의 디자인을 통해 곡선이 돋보이는 실루엣을 가진 C-타입 말 그대로 매력적이었다. 원형의 헤드라이트, 곡선의 매력이 돋보이는 보닛 라인 등이 만족감을 더한다. 또한 보닛 한쪽에 흡기구가 마련됐다.
더불어 개발 단계에서의 클로즈 콕핏, 후륜 스패츠 등을 덜어내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작게 그려진 윈드실드와 외부로 돌출된 배기라인과 머플러팁, 그리고 전면과 같이 볼륨을 한껏 높인 후면 디자인을 적용했다.
참고로 외장 패널은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대폭 덜어냈다. 이와 별개로 C-타입에는 별도의 리어 윙 스포일러나 바디킷 등 최신의 레이스카들에 적용된 디테일들이 따로 장착되지 않아 '유려함'을 강조한다.
더욱 단조로운 실내 공간
1950년대의 자동차, 레이스카 개발 기술은 아직 '발전을 거듭하는 시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철칙, 바로 '경량화'라 할 수 있다.
실제 C-타입의 실내 공간은 별도의 마감재 없이 단조롭게 구성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클러스터, 큼직한 크기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이 자리한다. 여기에 운전자를 고정할수 있는 시트가 안정감을 더한다.
레이스카인 만큼 편의사양은 전무한 수준이다. 실제 도어 패널 역시 완전히 노출된 모습으로 제작되어 경량화에 집중했다. 덕분에 이제는 '보편적인 사양'이 된 각종 편의사양 역시 전무한 모습이다.
210마력을 자랑한 XK 엔진
재규어는 C-타입을 개발하며 '레이스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파워 유닛 역시 새롭게 손질했다.
160마력을 냈던 기존의 XK 엔진에 흡기 및 배기 시스템을 새롭게 다듬고 각종 부품 및 정교한 조율을 더했다. 이를 통해 C-타입에 장착될 새로운 엔진은 205마력까지 출력이 개선됐다. 더불어 엔진의 신뢰도 역시 한층 높아졌다.
여기에 4단 변속기와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민첩하고 우수한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실제 C-타입은 정지상태에서 8.1초 만에 시속 96km(60mph)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30km/h로 상향됐다.
성공적인 르망에서의 성과
1951년, 재규어는 새롭게 다듬은 C-타입 세 대를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투입했다. 레이스 전반에 걸쳐 C-타입과 함께 한 전설적인 레이싱 드라이버, 스털링 모스(Stirling Moss)의 활약이 돋보였으며 최종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
실제 24시간이 흐는 뒤 엔트리 넘버 20번을 단 피터 워커(Peter Walker)와 피터 화이트헤드(Peter Whitehead) 조가 2위 그룹보다 9랩 앞선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르망을 향한 도전은 단 한 번의 레이스로 끝나지 않았다. 1952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300SL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설계를 개편했으나 예상과 달리 열 관리의 문제가 이어지며 세 대 모두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1953년에는 명예회복을 위해 더 가벼운 알루미늄 패널을 더하고 엔진 역시 새롭게 조율, 최고 출력을 220마력까지 끌어 올렸다. 디스크 브레이크 및 '고무 소재의 연료 탱크' 사용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개선이 더해졌다.
결국 1953년, 재규어(#18 토니 롤트, 던컨 해밀턴 조)는 당대 최초로 평균 속도 160km/h 이상의 주행 페이스(170.35km/h)로 다시 한 번 우승(총 304랩)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2위와 4위에도 재규어가 거머쥐며 최고의 성과를 이뤄냈다.
C-타입은 이후 D-타입에 그 계보를 이으며 무대에서 물러난다. 참고로 C-타입은 레이스 무대 외에도 '일반 주행' 사양로 개발되었다. 200마력의 XK 엔진과 드럼브레이크로 무장했고, 1953년형에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2021년 다시 부활한 C-타입
시간이 흐른 2021년, 재규어는 C-타입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며 C-타입 컨티뉴에이션(Continuation)을 선보이며 전세계 단 8대만 한정 판매할 것을 밝혔다.
부활한 C-타입은 영국 코벤트리에 위치한 클래식카 개발 및 생산시설인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 웍스(Classic Works)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정교한 스캔 작업과 당대 상황을 반영한 구성을 통해 '진정한 복원'의 의미를 알렸다.
또한 C-타입 컨티뉴에이션이 실제 트랙 주행이 가능하도록 FIA 승인을 받은 하네스 고정 시스템과 전복 방지 시스템 등을 더해 더욱 안전하고 매력적인 주행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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