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은 선도적인 역할을 하죠. 그러나 독서 진흥 정책 지원이 줄면서 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매년 10월이 되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서가 대형 서점의 매대를 뒤덮는다. 특히 올해 국내 도서 업계에는 뜻깊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이 선정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책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은 도서 시장이다. 수상 다음날 기자가 찾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한강의 책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 줄이 길게 섰고 수상 이후 엿새 만에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총 100만 부 넘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한강 신드롬’이 꾸준히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때 유행에 따라 특정 도서의 구매량이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가 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94년 독서 실태 조사 실시 이후 최저치를 찍었으나 오히려 정부 지원은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문체부는 약 60억 원에 달하는 ‘국민 독서 문화 증진 지원’ 예산을 폐지했는데 이 사업 예산은 2025년 정부안에서도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의 일환이자 생활 속 독서의 일상화를 위해 운영 비용을 지원한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 재개도 요원하다.
독자가 있어야 가치 있는 작품이 꾸준히 나온다. 지금도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독서 모임’을 찾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2018년 독서 동아리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45.6%가 애로 사항으로 ‘재정 부족’을 꼽았으나 지원은 되레 줄었다. 한강 대표작 ‘채식주의자’ 출간 후 17년 만에 노벨 문학상이 탄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성인의 독서율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좋은 책의 출간은 독자라는 자양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제2의 한강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독서 인구를 양성해야 한다는 도서 업계의 의견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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