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北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 못박아…러와는 군사밀착 강화

■체제위기 속 '2국가론' 본격화…한반도 리스크 고조

최고인민회의서 개헌 "합법 조치"

金지시로 '통일 삭제' 포함 가능성

영토규정 바꿔 NLL 부정할 수도

내달 상호파병 등 북러조약 비준

NYT "北, 우크라서 현대전 경험"

이달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연결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뒤 파편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틀 뒤인 17일 당시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며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또 러시아와 파병 등 군사동맹 수준의 상호 지원을 약속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북러조약)’ 비준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북한이 적대국인 한국을 향해 지속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할 토대를 마련한 가운데 러시아까지 끼어들 명분이 생기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 있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했다. 앞서 우리 군이 도로 폭파를 확인했다면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통해서는 철로까지 파괴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용 전술 도로를 연장하고 새로운 초소를 곳곳에 건설하는 움직임이 위성 사진으로 포착됐다. 휴전선 부근을 요새화하는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 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은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부분은 ‘공화국 헌법’이라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달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초 ‘통일 삭제’와 ‘영토 규정’의 개헌을 지시한 만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날 보도로 처음 확인됐다. 추가로 다른 언급은 없지만 통일 삭제나 새로운 영토 규정까지 개헌안에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 헌법은 한국에 민감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을 수 있어 ‘살라미’처럼 하나씩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영토 규정은 그간 해상 경계선으로 인정하던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 이는 ‘적대 국가’ 명시보다 파장이 크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북남은 적대적 두 국가로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한 뒤 북한은 ‘통일’을 지우고 대남 적개심을 높이는 도발 강도를 계속 높여왔다. 지하철역과 애국가 가사를 비롯한 각종 명칭에서 ‘통일’ ‘삼천리’ 같은 용어를 제거했고 5월부터 남쪽으로 쓰레기(오물) 풍선을 보내는 한편 이달 들어서는 남측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며 연일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여기에 개헌과 육로 단절까지 모두 ‘적대적 2국가’를 뒷받침하는 행위였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조국 통일’의 유훈을 부정하면 자칫 세습 정통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2국가’라는 모험을 감행한 것은 북한 내 경제위기와 한류 문화 확산으로 체제 붕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은 2국가를 앞세워 남한과 단절한 요새화를 추진하는 한편 밖으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총 1만여 명의 인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두 번째 국가’가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 군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 즉 새로운 무기와 현대전에 대한 장교들의 준비 태세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러시아가 다음 달 의회 비준을 예고한 ‘북러조약’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도 노골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 시 상호 지원 내용을 담은 조약이 비준되면 북한의 러시아 지원이 본격화될 뿐 아니라 한반도 위기 상황 시 러시아의 개입 여지도 커질 수 있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를 앞세워 각종 도발을 이어갈 경우 러시아까지 끼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의 도발은 내부 단속에 주안점이 있는 만큼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방력을 믿고 굳건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우리의 자체적 핵 억제력을 키울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연결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뒤 파편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틀 뒤인 17일 당시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