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쉬워 보이는 곳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 무모하게 공격하다 숨은 함정에 된통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부터 나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 원)이 열리는 88CC 서코스(파72·6694야드)가 바로 그런 곳이다.
경기 용인 기흥에 자리 잡은 36홀 규모의 88CC는 그동안 수많은 국내 남녀 프로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코스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보훈기금 조성 목적으로 국가보훈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 직전 개장했기에 88CC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일본골프코스설계가협회 부이사장을 지내고 국내에서는 안양, 통도CC 등을 설계한 미야자와 조헤이가 디자인을 맡았다. 280만 ㎡(약 85만 평)의 넓은 부지에 페어웨이 폭을 넓게 하고 홀의 배치를 독립적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대회가 열리는 서코스는 비교적 완만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내셔널처럼 각 홀마다 특징적인 꽃과 나무를 심어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1번 홀에 무궁화, 2번 홀에는 벚나무, 3번 홀에는 목련, 4번 홀에는 조팝나무, 5번 홀에는 진달래 등을 심었다. 14번 홀의 억새밭은 만추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코스는 널찍하면서 단순하게 보이지만 치명적인 함정을 숨기고 있다. 88CC에서 KH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프로골퍼 이경훈은 “88CC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린이다. 여기서는 무조건 핀보다 5m 정도는 짧게 쳐야 한다”며 “만약 버디 욕심에 핀을 직접 노리다가 조금이라도 홀을 지나치면 급격한 내리막 경사에 걸리게 된다. 그린도 빠르기 때문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설사 그린에 올리지 못하더라도 짧게 공략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린에 잔굴곡이 많지 않고 단순하지만 거리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아이언의 스핀 조절 능력과 퍼트 감각에서 누가 더 앞서느냐가 우승컵의 향방을 가를 변수”라고 했다.
이 프로는 특히 3번(파3·165야드)과 9번 홀(파4·389야드)의 그린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 두 홀에서는 핀 1.5m 이내에 붙여도 자칫 3퍼트를 범할 수 있다는 게 이 프로의 설명이다. 3번 홀은 거리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연못과 그린 앞뒤의 벙커가 위압감을 주기 때문에 티샷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9번 홀은 그린까지 완만한 오르막 경사가 이어지기에 두 번째 샷에서 의도치 않은 훅이 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5번과 16번(이상 파4) 홀은 ‘쌍둥이 홀’로 통한다. 둘 다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오르막이 이어지는 곳으로 정교한 티샷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측으로 넘겨 치려다 나무에 걸리기 일쑤고 안전하게 너무 왼쪽을 겨냥하면 숲속으로 향하거나 30~40m 거리 손해를 보게 된다.
버디를 꼭 하고 넘어가야 하는 홀도 있다. 전반에는 6번(파4)과 8번 홀(파5), 후반에는 12번, 14번, 17번 홀(이상 파4)이 꼽힌다. 339야드의 6번은 파4 홀 중 가장 짧은 데다 내리막이어서 두 번째 샷에서 보통 웨지를 잡게 된다. 방신실이나 윤이나 정도의 장타자라면 50~60야드에서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4개의 파5 홀에서도 버디를 노려볼 만한데 그중 8번이 쉬운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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