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많은 나라에서 제한적 무역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며 “국제무역은 더 이상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음 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앞두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7일(현지 시간)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시작된 자유무역이 30년 넘게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하면서 더 이상 세계경제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각국의 보복적 무역 조치는 타깃으로 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는 국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복적 무역 조치의) 비용과 편익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것이 중기적으로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따져보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관세는 일반적으로 도입한 국가의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현재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에 60%, 모든 나라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조치가 실제로 나올 경우 미국의 어떤 품목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을지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세계화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이끌고 있는 것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라고 꼬집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많은 부채와 낮은 성장세가 세계경제의 주요 장애물로 남아 있다”며 “아직 축하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 회복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 있었지만 각국 정부가 차입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성장세가 빈약해 부채 상환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IMF는 앞서 최신 재정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전 세계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3% 수준인 100조 달러(약 13경 708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30년까지는 이 비율이 100%에 근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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