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이에 거래량이 줄며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있고 매수심리도 잦아들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공급 감소 전망에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매도자와 조금 더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매수자들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져 올해 말까지는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현재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9~5.78%대다. 약 3개월 전보다 하단이 1.15%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이는 주담대 금리를 결정하는 코픽스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른 3.40%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상승에 규제까지 겹치며 매수심리도 확연히 가라앉았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9월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5.8로 전월(140.5)보다 14.7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7월 140.6까지 올라선 뒤 8월(140.5)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9월에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7월 9000여 건에 임박했지만 9월 거래량은 4000여 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 적체는 심화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8만 8635개로 9만 개를 앞두고 있다. 아실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10월 이후 역대 최대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7월을 정점으로 아파트 거래 둔화 현상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거래량과 가격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와 전세가격 상승 흐름은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고 서울 등 가격이 단기 급등한 지역 위주로 가격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라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거래 줄다리가가 나타나며 시장 관망 흐름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아직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내년부터 공급 절벽이 시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시장의 열기가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고 내년부터는 기준금리 완화, 공급 감소 등을 기대하며 집주인들이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4주 연속 지속되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 둔화 흐름도 멈췄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9월 둘째 주(0.23%) 이후 3주 연속(0.16%→0.12%→0.10%) 상승 폭이 줄어든 바 있는데 10월 둘째 주에는 전주 대비 0.11% 오르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전주보다 상승 폭이 0.01%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은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의 영향 등으로 전반적인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지속 중”이라면서도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와 신축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발생하며 전체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됐다”고 밝혔다.
특히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강남과 양천구 등의 학군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가 경신되는 모습이다. 이달 10일 ‘목동신시가지 5단지’ 아파트 전용 95㎡는 24억 4500만 원에 거래되며 7월의 전 거래액보다 1억 2000만 원 올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단지 전용 115㎡도 지난달보다 9000만 원 오른 27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단기적으로 수요가 막혀서 거래가 제한되고 있다”며 “하지만 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 등 여전히 시장에 우호적인 요인이 많아 가격은 크게 조정되지 않고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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