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면담한다. 두 사람은 10·16 재보궐 선거로 확인한 민심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탄핵 공세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면담이 ‘빈손 회동’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회동 정례화와 같은 깜짝 카드로 반복되는 당정 갈등 분위기를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18일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 대표와 면담한다고 밝혔다.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이다. 형식은 차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식사를 하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차담으로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면담에는 올 7월 비공개 회동처럼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별다른 공개 발언 등의 시간은 갖지 않고 기념 촬영 사진 정도만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한동훈 대표는 면담과 관련해 “변화와 쇄신 필요성, 그리고 민생현안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대통령과 여당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하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면담 주제 역시 대통령실은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의 회담인 만큼 모든 화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이번 면담을 앞두고 김 여사와 관련해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를 공론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 내부 조사나 특별감찰관 임명도 건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한 라디오에서 김 여사 의혹 규명에 대해 “대통령실 내부 조사일 수 있다”며 “과거 청와대는 민정실에서 조용히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 주체와 관련해 “윤·한 회동이 이뤄지면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도 얘기가 되지 싶다”고 신 부총장은 내다봤다.
대통령실에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제2부속실 출범 카드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부속실은 이달 말 출범을 목표로 대통령실 2층에 설치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앞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추천하면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소위 ‘김 여사 라인’이라 불리는 인물들에 대한 인적 쇄신은 자칫 김 여사 라인의 실체를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어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하게 얼어붙는 체감경기를 해소하기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비롯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지연으로 밀리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특별법을 포함해 민생 정책을 논의할 고위 당정도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번 회동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초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수세적 국면에서 벗어나야 의료 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등 각종 국정과제도 완수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또 야당의 탄핵 공세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독대가 빈손 회동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10월 3주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2%로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 항목 1위는 경제·민생·물가(15%)였다. 2위는 김 여사 문제(14%)였다. 김 여사 문제를 부정 평가 이유로 꼽은 사람은 직전 조사 대비 8%포인트 늘어났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최저치(28%)를 기록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한 팀이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회동 정례화 등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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