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를 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6년 만에 신간 ‘넥서스’로 돌아왔다. 이번엔 인류 턱밑까지 올라온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AI’이긴 한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아닌 이질적인 지능(Alien Intelligenc)으로 불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슷한 말 같지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인공지능’이라고 할 때의 유순하고 순종적임 대신에, ‘이질적인 지능’은 인간의 관리를 벗어나고 더 나아가 인간에게 도전할 수도 있는 섬뜩함도 느껴진다. 저자는 “AI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AI 혁명은 초기 단계임에도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대출해줄지, 우리를 직장에 고용할지, 심지어 교도소에 보낼 지를 판단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위험성의 핵심은 AI가 인류의 도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 보다 더 이야기를 잘 구사할 수 있는 ‘행위자’라는 것이다. 축음기는 음악을 재생했지만 교향곡을 작곡하진 않았고, 현미경도 세포의 비밀을 보여줬지만 신약을 합성할 순 없었다.
그러나 AI는 이미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다. 저자는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기술 혁명의 결과로 인류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 혁명의 결과 인류는 과학만 발견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인쇄 혁명은 마녀사냥과 종교전쟁도 일으켰다”고 주의를 촉구한다. 신문과 라디오는 민주주의 발달을 견인하기도 했지만, 전체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적도 있고, 심지어 민주주의에서도 악용된 사례가 많다. AI 혁명은 이제 인쇄 혁명, 산업 혁명과 같은 인류사의 터닝포인트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앞서의 냉전이 미국과 소련을 ‘철의 장막’으로 분리했다면 지금의 AI 혁명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시스템이 분리되는 ‘실리콘 장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2만 7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