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실적 쇼크로 반도체 겨울론이 불거졌지만 TSMC는 빅테크의 인공지능(AI)용 칩 주문을 싹쓸이하며 독주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TSMC 주가는 전날보다 9.79% 급등한 205.84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총도 1조 671억 달러로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 반도체 기업이라는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이 3252억 6000만 달러(약 13조 8000억 원)로 전년 대비 52.2%나 늘어나면서 시장의 예상(3000억 대만 달러)을 크게 뛰어넘은 데 따른 것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수요는 강력하고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TSMC는 AI 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비롯해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칩 등을 위탁 생산하면서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내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TSMC는 AI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유럽 내 추가 공장 건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 2나노·3나노에 대한 엔비디아와 AMD, 애플, 퀄컴의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TSMC의 주가 목표치를 상향하면서 “AI에서 파생된 TSMC의 강점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캐세이퓨처컨설턴트의 벤슨 차이 분석가는 “TSMC의 주가는 AI의 장기적인 강세 흐름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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