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0일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위기설’에 대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산업계에 어떤 위기가 닥친 것에 대한 상징적 현상”이라며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을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이날 KBS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삼성의 위기’라는 말에 크게 동의하진 않으나 주식시장 평가, 삼성 내부의 ‘위기론이 나오는 걸 봤을 때 실존하는 위기인 것 같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인 반도체 부문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위기설이 고조됐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9조 1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10조 8000억 원)를 2조 원가량 밑돌았다. 실적 발표 후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은 성과 부진·주가 하락에 대해 공개 사과문을 냈으나,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28거래일째(18일 기준) 순매도하는 등 투자 심리는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박 수석은 삼성전자가 그간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새 산업에 흐름에 올라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은 “그냥 위기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삼성그룹이 바이오에피스나 바이오로직스에서 바이오 제조를 해낼 수 있었던 건 반도체를 통해 쌓은 공정 혁신과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새 성장동력으로 ‘3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AI·첨단 바이오·양자를 지목하고 육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내달 말에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박 수석은 AI 경쟁력을 좌우할 그래픽저장장치(GPU) 등 인프라 확충 상황과 관련해 “실제 우리나라는 민관을 다 합쳐야 미국 빅테크 회사 하나가 보유하고 있는 GPU보다 적다”며 “정부에서 AI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는 추진위원회를 곧 발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해당 추진위는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의 정책금융, 정부 예산 등을 통해 AI 인프라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통령실은 올해 연말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 4기 건설 계획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전기발전 용량상 용량이 170메가와트∼350메가와트인 SMR을 4개 정도를 묶어야 대형 원자력 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출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야당이 SMR 건설에 협조해주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SMR은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수출 주력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SMR은 아직 인·허가 등 표준 규범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전문인력 확충과 함께 적시에 SMR을 인·허가할 수 있도록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수·가뭄에 대비한 기후대응댐 건설 문제와 관련해선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엔 무리해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수석은 “기후대응댐 14곳의 후보지를 설정했고, 그중 10곳은 주민설명회를 거쳐 지자체와 합의해 추진하겠다”면서도 “4곳은 계속 설득 노력을 해나가되,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동의가 없다면 무리하게 추진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노벨과학상 수상도 낙관했다. 박 수석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게 약 30년에 지나지 않았다”며 “기초연구 R&D 투자를 강화해, 세계 최초의 질문에 답하는 새 분야를 여는 연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면 노벨과학상도 머지않은 시기에 받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